美 경기 논쟁은 '식물 도감'

수선화 '새싹 자라 꽃 피운다'
그린슈트 '회복 새싹 보인다'
이끼 '회복 돼도 성장 느리다'
잡초 '침체 6~9개월 더 간다'
미국의 현 경기 국면을 놓고 미 정부,시장,학계 관계자들이 내놓는 진단마다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린 슈트(새싹 · green shoots)'론에서부터 '수선화(daffodils)'이끼(moss)''잡초(weeds)'론에 이르기까지 무성한 표현에서 그 차이가 잘 드러난다.

그린 슈트는 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을 말하는 용어다. 겨울을 이겨 내고 봄에 새싹이 돋는 것과 같은 상황에 빗댔다. 1990년대 초 경기 침체기 때 영국의 노먼 래먼 전 재무장관이 처음 사용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 3월15일 CBS 방송에 출연해 언급하기 시작하면서 득세했다. 당시 버냉키는 FRB가 기준 금리를 낮추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 데 힘입어 기업으로 돈이 돌고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떨어지자 금융시장에서 그린 슈트가 포착됐다고 말했다. 이후 그린 슈트는 날개를 달았다. 일본 노무라증권의 조사 결과 이 표현은 지난 5월 보도된 기사에서 모두 3123회나 사용됐다고 미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술 더 떴다. 그는 4월27일 내년 세계경제 전망치를 종전의 2.8%에서 3.2%로 상향 조정하면서 "그린 슈트가 수선화로 꽃을 피우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린 슈트론에 브레이크를 거는 단어도 등장했다. 캐피털그룹의 데이비드 코어드 수석 채권 트레이더는 5월26일 "주택 경기가 경제 발목을 잡고 있다"며 "현 국면은 그린 슈트일 수 있지만 성장이 느린 이끼와 같다"고 주장했다. 오마하의 현인인 워런 버핏은 지난달 24일 "왼쪽 눈 백내장을 수술했다"고 농담조로 전제한 뒤 "그린 슈트는 좀 더 있어야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역시 "아직은 누런 잡초가 보인다"고 경계했다. 그는 선진국의 경기 침체가 앞으로 6~9개월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경기지표는 헷갈리는 신호를 주고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미국 내 주요 20개 도시의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는 지난 4월 139.18로 3월에 비해 0.6% 떨어졌다. 전달보다 2.2% 하락한 3월보다는 상황이 호전됐다. 반면 지난 5월 9.4%였던 미 실업률은 6월 9.6%로 다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실업률이 연내 10%를 돌파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