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시장 '심상찮네'…도곡렉슬 연초보다 8천만원 올라
입력
수정
6개월째 오름세…방학 수요까지 겹쳐 '매물품귀'"한 달 전 자녀 교육 문제로 광주에서 올라온 한 학부모는 전용면적 85㎡형 아파트를 4억8000만원에 얻었습니다. 연초에는 4억원짜리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어요. "
서울 강남구 '도곡렉슬'아파트(총 3002세대)를 중개하는 신세계공인 관계자는 "3000세대 이상 초대형 단지인 데도 현재 나와 있는 전세 매물이 주택 크기별로 네다섯 개에 불과하다"며 "매물이 적다보니 임대가격 상승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원구 중계동 청구공인 관계자도 "매물이 없어서 전세를 구하겠다는 의뢰가 와도 중개를 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건영3차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85㎡형 전세가격이 연초보다 3000만원 오른 2억5000만원까지 올랐다"고 덧붙였다.
서울 전세시장이 불안한 모습이다. 2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내림세를 지속했던 전세가격이 지난 1월 말부터 오름세로 반전된 이후 소폭이지만 꾸준히 상승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매물 부족 현상도 심화되는 추세다.
이 같은 서울의 전세가격 오름세는 올봄부터 시작된 강남권 등 고가 주택 지역의 매매가격 상승 △특정지역으로 몰리는 교육 목적의 전세수요 쏠림 △경기침체로 인한 소형주택 임대수요 확대 △재개발 · 재건축 이주자와 신혼부부 등 신규 전세수요 증가 △신규 입주주택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결과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남권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 주택시장 평균 집값의 경우 현재 2006년 최고점 수준에 바짝 다가설 정도로 올랐다. 이런 매매가 상승세는 다시 해당 지역의 전셋값을 밀어올리는 후유증을 낳고 있다. 여기에 교육 수요까지 겹쳐 수급 불균형 이 심화돼 강남권 전세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중개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올 들어 공급된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은 신혼부부,재개발 이주자,교육 목적의 이사 수요 등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송파구에서만 1만5000여채를 포함해 서울에서 5만4330채의 신규 입주 아파트가 쏟아졌다. 하지만 올해 입주물량은 작년의 절반 정도인 2만7661채로 집계되고 있다.
여기에 지하철 9호선 개통 등에 따른 교통 여건 개선도 전세가격을 자극하고 있다. 상반기 집값 상승 여파로 연내 내집마련을 생각했던 매매수요가 주택 매입을 포기하고,교통 여건이 좋아진 역세권 단지 전세수요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 상승은 매물 부족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현상은 국민은행이 최근 집계한 '전세공급 충분지수'에서도 확실히 보여진다. '전세공급 충분지수'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수요 대비 전세물량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강남권의 전세공급 충분정도는 현재 9.1%에 불과했다. 지난달 말 조사에 참여한 중개업자 100명 가운데 13.2명만 '충분하다'고 답했다는 뜻이다. 작년 말에는 61.2%까지 치솟았으나 불과 반년 만에 사정이 급변한 것이다.
반면 전세공급 부족 정도는 꾸준히 올라 작년 말 6.8%에서 현재는 46.5%로 뛰었다. 전셋값이 떨어져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임대보증금을 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강남권에 휘몰아친 지 1년도 안돼 벌어진 일이다. 강북권 사정도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전세공급 부족지수'는 10.7%에서 48.3%로 다섯 배 가까이 상승한 반면 충분지수는 58.3에서 5.7로 줄었다.
전세 매물 부족은 곧바로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전세가격은 지난 1월 마지막 주 이후 단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달 마지막 주까지 20주 연속 올랐으며 전세가격 상승률이 매매가격 상승률을 앞지른 경우도 많았다. 지난주 송파구의 전셋값 상승률은 0.37%로 급등했고 강남구는 0.35% 올랐다. 서초구도 0.25%로 집계돼 강남3구 모두 만만치 않은 오름세를 보였다. 월별로는 지난 2월 0.64% 올랐다가 3월에 0.37%로 상승률이 다소 주춤해졌으나 이후로는 4월에 0.46%,이어 5월(0.6%)과 6월(0.61%) 모두 2월 수준에 근접했다.
업계에서는 전세시장 불안감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판교신도시를 포함한 성남시에 하반기에 7425채가 신규 입주에 들어가지만 강남권 전세수요 흡수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강남권 전세수요자들은 학군 · 편의시설 때문에 비싼 전셋값을 감수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판교 입주가 시작됐지만,아직은 기반시설이 미비해 강남권 수요를 소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등 교육 목적의 전세수요가 몰리는 지역도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중개업계는 내년부터 은평뉴타운 2지구 등 거주환경이 양호한 지역의 입주물량 증가 여파로 서울 북동부권 전세시장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