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정규직법 일단 유예해 해고대란 막아라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한 경제5단체장들이 어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정치권에 촉구(促求)했다. 경제단체장들은 "비정규직 문제의 바람직한 해결책은 사용기간 제한을 폐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법 시행시기를 유예해서라도 근로자들의 해고를 막겠다면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비정규직법 처리가 얼마나 시급한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사용제한 규정이 그대로 시행되면서 벌써부터 많은 기업들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해고 사태가 줄을 잇고 있는 형편이다. 정치권의 힘겨루기 때문에 무고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멀쩡한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기 짝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숙련된 근로자들을 내보내야 하는 기업들 또한 당혹스런 입장에 처해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는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없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친박연대는 어제 비정규직 기간 제한 규정의 시행을 1년6개월 유예하자는데 합의했지만 민주당은 유예안에 대한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해고 사태가 현실화된 것을 눈으로 보면서도 고용총량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등 억지 주장만 펴고 있으니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선 애초에 사용기간 제한을 둔 것부터가 잘못이다. 이 제한이 정규직화를 촉진하는 게 아니라 해고를 촉진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일찍부터 지적돼왔다. 따라서 기간제한 자체를 아예 폐지하는 게 옳다. 하지만 여야간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근로자들의 사정도 다급한 만큼 일단은 유예부터 해놓고 보는 게 순리다.

그런 다음 비정규직 특위를 구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야는 물론 경제계와 노동계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터무니없는 고집을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해고된 근로자들의 원성이 바로 민주당으로 쏠리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