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대형마트 출점 '딴지' 못건다

롯데마트, 창원시에 건축허가 승소
경남 창원시가 지역상권 위축과 교통 체증을 이유로 롯데마트의 신축을 허가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최근 대형 유통업체의 출점 규제를 놓고 논란이 거센 가운데 중소상인 보호보다는 대형마트 출점에 따른 소비자 혜택을 우선시한 판결이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창원지법 행정합의1부(재판장 박민수 부장판사)는 2일 롯데마트가 창원시를 상대로 낸 '창원시 중앙동 부지 대형마트 건축 불허가 처분취소 소송' 선고 공판에서 "창원시가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창원시는 재래시장과 영세상인 보호 등 공익상의 이유를 내세우지만 시민 전체와 장기적 관점에서 재래시장 현대화와 유통구조 개선 등을 통해 자체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지 대형 매장의 신축 제한만으로 달성될 수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판시했다. 또 "할인매장의 입점으로 일부 재래시장과 중소상인이 영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나 시민의 입장에서 상품 선택폭이 넓어지고 가격 · 서비스 경쟁을 통한 구매 이익으로 삶의 질이 향상되는 측면이 있어 건축 허가를 제한할 중대한 공익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은 지자체와 대형마트가 출점을 놓고 마찰을 빚은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아 왔다. 롯데마트는 2000년 매입한 창원시 중앙동 부지에 대형마트를 짓기 위해 2004년 창원시에 건축심의를 신청했으나 반려되자 소송을 내 2007년 10월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건축허가를 신청했지만 창원시가 다시 불허하자 소송을 냈다. 롯데마트는 창원시와 시장을 상대로 74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롯데마트 측은 "부지 매입 후 약 9년간 방치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며 "창원시가 조속히 건축허가 절차를 진행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창원시는 판결 내용을 검토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롯데마트는 영세상인 보호를 이유로 신축을 불허한 전북 정읍시를 대상으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도 지난 4월 승소해 출점 절차를 밟고 있다. 두 건의 판결은 대형마트에 관한 것이고,동네상권에 들어가는 대형슈퍼마켓(SSM) 규제에 대해선 아직 판례가 없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