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목 축소 등 아직 결정된것 없다"

교육자문회의ㆍ최구식 의원 '교과부 발표' 반박
사교육비 대책 당정 '엇박자' 에 학부모들 분통
교육과정 개편작업을 추진 중인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고위관계자는 교과목 숫자 축소 등 미래형 교육과정을 2011학년도부터 적용하겠다는 교육과학기술부 발표와 관련,"교육과정을 어떻게 바꿀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교과부와도 합의한 게 없다"고 2일 말했다. 이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사교육 경감대책 관련 당 · 정 · 청 협의결과가 여권 내에서 완전히 합의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교육과정 개편 논란교과부는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당 · 정 · 청 협의결과를 발표하면서 미래형 교육과정을 2011학년도부터 적용해 2014학년도 수능 탐구영역 과목을 현행 4개에서 2개로 축소하고,내신 절대평가 전환 등은 장기과제로 교과부 주도하에 각계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과정 개편작업을 벌이고 있는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관계자는 "교육과정 개선연구는 현재 기초단계로 향후 공청회와 전문가협의회를 추가로 여는 등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시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언급,교과부와는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교과부는 2007년 2월 고교 선택과목군 조정 등의 내용을 담은 7차 교육과정 개정안을 고시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학년별로 2013년까지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교과부는 이번에 '미래형 교육과정 2011학년도 적용' 카드를 들고 나와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미래형 교육과정은 자문회의와 협의한 게 아니며 당 · 정 · 청 협의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교과부가 교육개혁을 둘러싼 당정 갈등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문회의와 합의도 안된 사안을 서둘러 발표했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그러나 당 · 정 · 청 협의에 참석했던 최구식 한나라당 제6정조위원장은 "교육과정 개편이나 수능과목 축소는 논의조차 없었다"며 '당 · 정 · 청 합의설'을 반박했다.

◆"장기과제" VS "조만간 로드맵 발표"

지난달 26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주최 토론회에서 제시된 내신 5등급 절대평가 전환 등'곽승준-정두언안(案)'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교과부는 "외고 지필고사 금지와 과학고 경시대회 수상자 전형 폐지 등은 지난달 3일 발표한 대책에 다 포함돼 있다"며 "내신 절대평가 등은 장기과제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교과부에서 의견을 모아 로드맵을 만든 후 당 · 정 협의를 통해 발표하라는 게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달 중 대책을 발표하라고 교과부를 압박했다. 정 의원은 "교과부가 로드맵이 확정되지 않아 공식발표를 못한 것 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교과부는 학원 교습시간 제한에 대해서도 지난달 3일 발표대로 지자체 조례로 자율 제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관계자는 "민주당에서도 법안을 낸 만큼 여 · 야 합의로 법제화하면 정부도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교육현장 혼란 가중

정책혼선이 되풀이 되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송환웅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수석부회장은 "결국 학생들만 잠도 못자고 고생한다"고 말했다. 고1 남학생을 둔 한 학부모도 "우리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켜 사교육 업체에 매달리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정태웅/이준혁/김일규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