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창업' 선언] (下) 현대모비스, 그린카 부품 전용공장 신축…글로벌 산업지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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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창업' 선언] (下) 첨단부품 국산화 선도현대모비스의 경기 의왕공장은 지난달 중순부터 하이브리드카 핵심부품을 양산하고 있다. 생산라인에선 오는 8일 출시되는 국내 첫 양산형 하이브리드카인 현대자동차 아반떼 LPI에 납품할 구동모터와 IPM(통합 패키지모듈) 등 전용부품이 속속 조립되고 있었다. 이달 15일께 선보일 기아차 포르테 LPI를 위한 부품도 이곳에서 만든다. 이 공장은 납기를 맞추느라 주중엔 하루 10시간씩 풀가동하고 토요일 특근도 한다.
현대모비스가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차 부품업체로 변신 중이다. 지난해 10월 현대 · 기아차그룹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하이브리드카 핵심부품 개발을 전담하게 된 지 8개월 만에 제품 양산에 나설 만큼 움직임이 발빠르다. 1977년 '포니'에 장착될 휠 제조를 위해 정몽구 회장이 설립한 현대모비스(옛 현대정공)는 초창기엔 폐트럭의 브레이크 페달 등을 재생한 제품을 만들었으나 30여년 만에 친환경차 부품 국산화의 첨병으로 자리잡고 있다. 권장수 의왕 공장장은 "지난해 말부터 300여 시험 부품을 제작해 2000여 차례의 엄격한 테스트를 거친 뒤 본격 양산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현동 전력전자설계팀 수석연구원은 "국산화된 구동모터와 IPM은 하이브리드카는 물론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전기구동장치가 필요한 모든 그린카에 적용되는 공용품"이라며 "앞으로 어떤 친환경차가 주도권을 갖든 핵심 부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구동모터는 배터리로 부터 전기를 받아 내연엔진과 함께 동력원 역할을 나눠 맡는 부품이고 IPM은 구동모터가 잘 돌 수 있도록 배터리 전압 · 전류를 변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두 제품은 기능적으로 하이브리드카 전용부품의 8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린카 부품만 보면 보쉬 등 글로벌 선진업체보다 오히려 경쟁력이 높다고 현대모비스는 자부한다. 지난 10여년간 도요타 혼다 GM 등 완성차 회사들이 부품업체들을 배제한 채 그린카 기술개발을 주도해온 결과다. 정수경 모듈사업기획팀장은 "글로벌 톱5 업체 중에서도 독일 보쉬나 컨티넨털 등은 아직 그린카 부품을 양산하지 못하고 있고 일본 덴소는 1~2년 전에서야 도요타로 부터 비핵심 기술 위주로 넘겨 받고 있는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현대차가 자체 평가한 결과 아반떼 LPI는 경쟁 수입차인 혼다 시빅하이브리드보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 등 동력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모비스는 구동모터의 효율을 높이고 현대 · 기아차는 구동모터와 엔진 간 구동 방식의 최적화를 맡는 '그룹내 역할분담'을 통해 하이브리드카의 경쟁력을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친환경차 기술이 글로벌 일류 부품회사 도약의 뿌리가 될 것으로 보고 이 분야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가기로 했다. 전자장치 분야 기술경쟁력이 높은 현대오토넷과의 합병을 지난달 마무리지은 만큼 그린카를 비롯한 첨단 미래자동차 기술 개발에 더한층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를 위해 이르면 내년 중 대단위 하이브리드카 부품 전용 공장을 추가로 짓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국제 유가 향방과 친환경차 보급 추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지만,2020년께엔 약 100만대 규모로 생산능력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2012년까지 하이브리드카 부품 R&D에만 총 1000억원 정도를 투자하고 현재 60여명인 관련 연구 인력도 200여명 수준으로 늘릴 방침이다.
의왕(경기)=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