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테·클릭' 있으면 '레이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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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찢는 굉음과 펄럭이는 체크무늬 깃발, 짜릿한 코너링…
'어른을 위한 장난감'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트랙 위를 질주하는 레이서의 꿈을 꾼다.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은 언뜻 생각하기에 쉽지는 않을 듯 하다. 하지만 '스피드 페스티벌'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포르테와 클릭을 소유한 면허 소지자라면 누구나 레이서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 대표 아마추어 '원 메이크 레이스(동일한 차량을 갖고 경주하는 대회)'인 '스피드 페스티벌'에서다.
이 대회는 모든 출전 차량의 모델과 성능, 개조상태 등이 동일하다. 운전자의 순수한 기량으로 승부를 가린다는 점이 매력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활성화된 경기 방식이다.자동차 레이스를 프로선수만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육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대회를 '등용문'으로 포뮬러나 GT 등 프로 대회에 진출하는 선수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올해로 7년째를 맞이하는 스피드페스티벌은 아마추어를 위한 레이스 대회다. 참가방법은 어렵지 않다. '2종 보통'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자신이 참가할 클래스를 선택한다. 올해 열리는 클래스는 기아차의 쿠페형 세단인 '포르테 쿱(Koup)' 2000cc와 현대차의 경차 '클릭' 1600cc의 2개 클래스다.본인 명의로 포르테쿱이나 클릭을 소유한 사람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다만 레이싱을 위해서는 특별한 준비가 필요하다. 바로 차량을 레이싱 용으로 튜닝(개조)하는 것. 소요되는 비용은 포르테 쿱이 약 270만원, 클릭이 약 190만원 정도다. 포르테 쿱의 경우 총 39개의 크고 작은 튜닝이 필요하다. 차체를 낮춰 코너링의 안정성을 높이고 고성능 타이어와 브레이크 패드 등 안전사양을 추가해야 한다.
다음은 레이서로서의 소양을 쌓을 차례. 한국모터스포츠협회(KMSA)의 '스피드 페스티벌 드라이빙 스쿨'은 연 3~4회가 운영된다. 오는 8월 30일에 교육 일정이 잡혀있다. 참가비는 무료다.본인의 차량을 가져오기만 하면 된다. 교육을 수료하고 나면 드디어 스피드 페스티벌 라이센스를 손에 쥐게 된다. 당신이 레이서가 됐다는 '증명서'다.이제 경기에 나설 때가 됐다. 경기가 열리기 1주일 전까지 참가를 신청하면 된다. 2009년에는 총 6회의 대회가 예정돼 있다. 설레는 가슴을 안고 서게 될 '꿈의 무대'는 용인 스피드웨이와 태백 레이싱파크다. 오는 26일 열리는 제 4전부터는 기존에 사용되던 기아차 '쎄라토'의 뒤를 이어 포르테 쿱이 처녀 출전한다. 약 2.3km 길이의 트랙을 20바퀴 달리게 된다.
지난 3전 쎄라토 클래스에 출전,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송병두(28·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씨는 "같은 조건에서 경쟁해 이기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고 첫 대회 참가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각종 공식대회에 출전한 지 햇수로 4년째인 송 씨는 "스피드 페스티벌은 일반인 누구나 생업에 큰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는 경기"라며 "첫 차였던 쎄라토가 지난 대회를 마지막으로 세대 교체를 맞이하게 돼 자동차 정비사 일로 바쁜 일상에도 불구하고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승보다도 같은 팀 동료들과 함께 결승선을 '원·투 피니시(1,2위로 경주를 마치는 것)'로 통과할 때가 더 짜릿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내후년께는 포르테 쿱을 장만, 다시 트랙을 향해 달려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스피드 페스티벌을 주관하는 KMSA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출전선수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 등의 문제로 원메이크 레이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본 대회는 국내 유수 자동차업체들의 후원을 바탕으로 비용을 최대한 낮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스피드 페스티벌 참가자들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현 연령으로 구성되어 있다"며 "이 대회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과 손쉬운 입문 과정을 거치면 스피드와 드라이빙을 좋아하는 운전자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스피드 페스티벌이 대한민국 모터스포츠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