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공방전 치닫는 사교육 대책 ‥ 과외 금지 위헌 판결후 사교육시장 급팽창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효시로 전두환 정권이 1980년 7월30일 발표한 교육개혁조치를 꼽는 이들이 많다. 과외교습을 전면 금지시키고 학생들의 학원 수강도 차단해 사교육을 아예 못 하도록 만든 조치다. 위반한 교사와 학부모 등은 면직시키거나 구속하는 등 강력한 제재도 뒤따랐다. 제주시장이 자녀에게 영어 비밀과외를 시켰다는 이유로 해직되는 등 '사회지도층'이 우선 타깃이 됐다.

1980년 이전에도 과외 등 사교육 문제는 논란거리였지만 사교육을 잡기보다는 공교육,특히 입시제도를 바꾸는 수준의 정책이 대부분이었다. 박정희 정권은 1968년 7월15일 중학교 입시 무시험 제도를 도입해 초등학생이 중학교 입시지옥에서 벗어나게 했다. 이어 1974년에는 고교 평준화정책을 내놔 고교 입시 부담도 대폭 낮췄다. 중학교 입시와 고교 입시의 부담은 덜었지만 대입에 '올인'해야 하는 부작용은 불가피했다. 1986년 대법원이 '학습권 존중'을 내세워 "지식을 교습하는 행위는 제한할 수 없다"고 판결하자 정부는 초 · 중 · 고생 일정기간 학원 수강 허용(1989년),대학생의 초 · 중생 과외교습 허용(1989년),초 · 중 · 고생 여름방학 기간 학원 수강 허용(1991년),초 · 중 · 고생 학기 중 학원 수강 허용(1995년) 등 사교육 금지조치를 완화하는 정책을 펴 왔다. 1997년에는 교내 과외를 활성화하고 교육방송을 실시하는 등 사교육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2000년 4월 과외금지 조치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1980년 이후 20년간 지속된 과외 금지가 무력화됐고 전면적인 과외 허용이 이뤄졌다. 이때부터 사교육은 기하급수적인 팽창을 거듭해 30조원(통계청 공식 발표 기준 20조원)대에 달하는 거대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사교육에 '완패'를 당한 공교육은 이후 발상의 전환을 통해 사교육을 학교안으로 끌어들이는 정책을 폈다. 2004년 교육방송(EBS)에서 24시간 수능강의를 하고 시험문제를 방송 내용에서 상당부분 출제키로 했으며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으로 학원 교습을 학교 내로 유인했다. 2008년 들어선 이명박 정부도 이전 참여정부와 마찬가지로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 억제'를 정책 목표로 삼았지만 실행 방식은 약간 달랐다. 경쟁과 효율을 내세우는 이명박 정부는 자율형 사립고 등 학교 형태를 다양화해 1974년 이후 이어져 온 고교평준화의 틀을 사실상 해체했다. 또 수능과목을 축소해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지만 지난해 말 발표한 대책에서는 수능 탐구영역 선택 과목을 현행 4개에서 1개 줄이기로 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지난달 3일 특목고 입시제도 개선과 강력한 학원 단속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내세웠다. 그러나 한 달도 안 돼 한나라당 등에서 새로운 '아젠다'들이 쏟아져 나왔고 급기야 지난달 30일 수능 탐구영역 선택 과목 수를 4개에서 2개로 줄인다는 후속 대책을 내놓았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