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기업·대학 유치해야 자족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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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혁신도시 새판 짜자] 행정기관 이전 집착 말아야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충남 연기군에 들어설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의 법적 골격에 대해 전격 합의했다. 지난 2일 행정안전위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명칭을 세종자치특별시로,지위는 광역자치단체로 각각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세종시 개발과 육성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 없이는 광역과 기초자치단체를 구분하는 법적 틀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지적한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떠밀려 내려온 공무원들과 그들을 따라온 몇 십개의 식당만 갖고는 광역자치단체에 걸맞은 자족 기능을 갖기 어렵다"며 "행정부처 이전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기업과 대학을 중심으로 도시발전 전략을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총 72.9㎢의 세종시 면적 중 행정부처가 들어설 행정타운의 면적은 100분의 1도 안 된다. 내려갈 공무원들의 숫자는 목표 인구의 5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중앙정부에 기대지 않을 정도의 재정자립도와 정상적인 도시 기능을 구현하려면 고용유발 효과가 큰 기업과 대학 · 연구소의 대규모 유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실적 여건은 녹록지 않다. KAIST를 제외한 어떤 기업이나 대학도 세종시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오히려 2007년 11월 세종시 건설청과 캠퍼스 설치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던 고려대학교는 최근 발을 빼는 모양새다. 고려대 관계자는 "당초 5개 단과대학과 3개 대학원을 세종시에 설치하는 방안을 생각했지만 도시 전망이 불투명해 검토작업을 전면 보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회 일각에서 논의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본교 이전에 대해서는 교육과학기술부부터 반대하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국립대인 서울대를 내려보내면 충청권에 있는 국립대는 어쩌란 말이냐"고 일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세종시 건설청이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 LG 등도 본사나 사업장 이전에 부정적이다. 이미 지방에 많은 사업장을 두고 있는 데다 대규모 신규 투자 계획도 불확실한 상황이어서다.
김영봉 중앙대 교수는 "중앙정부가 확고한 육성 비전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방 정서를 정치적으로 현혹하려는 구태부터 없애야 한다"며 "행정부 이전만으로 명품도시를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라고 말했다.
조일훈/이준혁/이상은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