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모르는 '싱글산업'] 싱글족 이지연씨의 하루

단골 초밥집서 저녁… 학원 다니며 자기계발… 해외여행도 혼자서
서울 홍익대 인근에 있는 디자인회사를 9년째 다니면서 혼자 생활한 지 4년째인 '싱글족 4년차' 이지연씨(34).

매일 오전 6시에 시작하는 KBS 2FM의 '이근철의 굿모닝팝스'를 알람 삼아 눈을 뜬다. 그의 보금자리는 그동안 저축한 돈을 모아 얻은 직장 근처 오피스텔.아침식사는 아침배달업체에서 매주 두 번씩 보내오는 국과 반찬으로 해결한다.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면 대략 오후 7시.주로 집에서 저녁을 먹지만 집안이 먹먹하게 느껴질 때는 거리로 나간다. 자주 찾는 곳이 회전초밥집인데 요즘엔 샤브샤브집이 단골이 됐다. 1인용 냄비가 있어 바에 혼자 앉아 먹을 수 있기 때문.기분이 꿀꿀할 땐 사케바를 찾는다. 바텐더와 얘기를 나누다보면 어느새 밤 10시가 넘는다. 집에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낱개로 포장된 소용량 야채를 산다. 이씨는 "마트에서 장을 볼 때도 건강을 고려해 유기농 코너를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의 집에는 밥솥도 세탁기도 모두 1인용이다. 냉장고 용량도 100ℓ가 채 안 된다.

싱글족이 좋은 이유로 풍부한 자기계발 시간을 꼽는다. 매주 두 차례 퇴근 후 수영장에 간다. 이씨는 "아플 때 혼자 있는 서글픔은 아무도 모른다"며 "수영으로 몸매와 건강을 동시에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달에 책 한 권씩 읽기를 목표로 매월 첫째 수요일은 교보문고 가는 날로 정했다. 석 달 전부턴 영어회화 주말반에도 다닌다. 가족,애인이 없어도 바쁜 생활이다.

1년 전 이씨의 최대 고민은 친구들이 모두 결혼해 외롭다는 것이었다. 살사 동호회에 가입해 한 달에 한 번 홍대 연습실에서 살사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씨는 "처음엔 쑥스러웠지만 알고보니 나 같은 싱글들이 많아 금방 친구가 됐다"고 귀띔했다. 올 여름 휴가 때는 동남아로 혼자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혼자인 게 편하지만 결혼이나 미래에 대해 솔직히 걱정도 된다"는 그는 4000만원 남짓한 연봉의 절반 이상을 저축한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