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타결, 증시는 '무덤덤'

한국과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자동차 부품주들의 약진이 돋보이는 가운데 수입육업체들 역시 가격제한폭까지 치솟고 있다.

하지만 교역 비중으로 볼때 수혜가 점쳐져온 IT(정보기술) 관련주 등은 오히려 약세를 보이는 등 실제 증시에 미치는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13일 오전 9시35분 현재 현대모비스가 전 거래일보다 2.61% 오른 11만8000원을 기록 중인 것은 비롯해 여타 자동차 부품주인 성우하이텍 한라공조 세종공업 동양기전 등이 3%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 자동차 업체 BMW의 공식 국내 딜러회사인 도이치모터스도 FTA 타결로 BMW의 국내 시장 진출이 확대되면서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로 6%대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약보합, 기아차는 1.03% 내린 1만4400원에 거래되고 있다.전문가들은 관세 철폐로 자동차 수출이 대폭 증가할 수 있고 특히 관세율이 높았던 트럭이 새로운 기회를 잡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내 수입육 업체들도 강세다. 또다른 수익원이 창출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정도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일사료와 이네트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고, 한미창투도 12.71%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한·EU FTA 타결 시 수혜업종으로 분류돼온 IT주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가 전 거래일보다 1.24% 내린 63만7000원을 기록하고 있고, LG전자와 하이닉스도 보합세를 유지하
고 있다. 다만 LG디스플레이만 1.62%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까지 EU와 가장 많은 수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조선주들 역시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서장은 "한-EU FTA가 실제 발효되기 위해서는 EU 개별 국가 의회의 비준을 얻어야 하는 등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즉각적인 발효 효과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무현 정부때 타결된 한·미 FTA는 정권의 성격으로 미뤄볼때 획기적인 것이어서 증시에 신선한 충격을 줬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한-EU FTA는 신선도 면에서도 떨어지는 재료"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EU 의장국인 스웨덴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EU FTA 합의내용을 확인하고 협상의 종결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방송된 제19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이번 유럽 순방은 여러 정상들과 만나 한-EU FTA에 대한 최종합의를 도출하는데 큰 목적이 있다”면서 “다행스럽게 몇개 나라의 반대로 오래 끌어왔던 한-EU FTA가 합의점에 도달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