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금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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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4社 지역지부 전환 놓고 내부갈등 격화금속노조 산하 기업지부로 운영돼 온 완성차 4사(현대차,기아차,GM대우,쌍용차)와 만도 노조의 지역지부 전환이 유예됐다. 13일 오후부터 14일 새벽까지 열린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이들 5개사 노조에 직선 대표지회장을 둬 자율성을 보장하자는 내용의 안건이 다른 중소기업 노조의 반대로 부결됐기 때문이다. 금속노조는 재논의를 거쳐 지역지부 전환을 확정한다는 방침이지만 10월 중 산별노조체제로 본격 출범한다는 계획은 불투명해졌다.
대의원 대회 파행
◆'노-노' 갈등 표출금속노조는 14일 새벽까지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기업지부의 지역지부 전환에 따른 최종 규약 개정안을 다뤘지만 이 중 가장 핵심안인 '대표지회장 선출방안'이 부결됐다. 대표지회장은 완성차 업체들의 기존 기업지부장 역할을 대신해 마련된 자리다.
완성차 노조들은 지역지부로 전환되면 각 사업장별로 쪼개진다. 현대차의 경우 울산공장은 울산지부 현대차울산지회로,남양연구소는 경기지부 현대차남양지회로 나뉘는 식이다. 금속노조는 완성차 노조를 사업장별로 나누는 대신 조합원들이 모든 사업장을 아우르는 대표지회장을 뽑고, 이 대표지회장이 임단협을 맡도록 했다. 완성차 노조 조합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해법이었다. 이렇게 되면 완성차 노조는 사실상 기존의 위상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이날 중소기업 노조 대의원들이 표결에서 대표지회장 선출방안에 반대 몰표를 던져 부결시켰다. "대표지회장은 기업지부를 그대로 유지하는것과 다를 게 없다"며 "금속노조가 반쪽짜리 산별노조가 될 것"이라는 게 중소기업 노조의 주장이다. 이후 "대표지회장을 두되 조합원들이 뽑는 게 아니라 가장 큰 사업장의 지회장이 자동 임명되는 방식으로 하자"는 안건이 현장발의됐지만 이번에는 현대차 등 완성차 노조들이 집단반발하며 퇴장해 흐지부지됐다.
◆금속노조 산별전환 불투명
금속노조는 중앙위원회를 열어 향후 대책을 모색키로 했다. 하지만 어떤 해법을 내놓든 중소기업 노조와 완성차 노조 중 어느 한쪽의 반발은 불가피해 보인다. 금속노조는 10월 중 본격적인 산별노조체체를 출범한다는 계획이지만 논란이 불거질 경우 지연될 수도 있다.
이번 사태로 그동안 수면 밑에 감춰졌던 금속노조의 내부 갈등이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이날 대의원대회에서 완성차 측은 "규약이 부결됐으니 그대로 기업노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중소기업 측은 "완성차 노조들이 희생 없이 자신들의 기득권만 챙기려고 한다"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