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해외부동산ㆍ원자재 투자 나선다

진영욱 KIC사장, 주식 투자비중 50%로 확대
칼브 운용본부장 "BOA 주식 장기 보유"
한국투자공사(KIC)가 하이퍼인플레이션(물가급등)에 대비하기 위해 해외 부동산,원자재,상품지수 등에 대한 투자를 시작하기로 했다. 또 채권의 비중을 줄이고 주식의 비중을 높이기로 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진영욱 KIC 사장은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에서 푼 돈이 나중에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으로 본다"며 "KIC는 이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대상을 대체자산으로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 사장은 "최근 기획재정부에서 추가 위탁받은 30억달러 가운데 10억달러를 부동산 상품지수(commodity index) 헤지펀드 프라이빗에퀴티 등에 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올해 중 정부에서 더 위탁받을 20억달러 가운데서도 일정액을 대체투자로 운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장기적으론 대체투자의 비중을 20%까지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진 사장은 해외 부동산 투자와 관련,"한국과 달리 외국의 부동산 가격은 여전히 바닥권"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부동산을 직접 매입하겠지만 당장은 경험이 부족한 만큼 리츠 등 간접투자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KIC의 운용자산은 총 248억달러다. 한국은행이 170억달러,재정부가 78억달러를 각각 위탁했다. 운용내역은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에 대한 투자 228억달러, BOA에 합병된 메릴린치에 대한 전략적 투자 20억달러 등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BOA 주가가 급락하면서 전략적 투자부문에서 현재 52%(10억4000만달러)가량 손실을 보고 있다. KIC는 정부로부터 30억달러를 추가로 위탁받아 운용자산 규모를 278억달러로 확대하는 한편 주식의 비중을 높임으로써 수익률 제고에 나서기로 했다. 진 사장은 "현재 주식과 채권의 비중이 40 대 60 정도인데 이를 50 대 50으로 바꿀 계획"이라며 "조정도 가급적 이른 시일 내 완료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KIC는 BOA 주식도 장기 보유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스콧 칼브 투자운용본부장은 "BOA 주가는 연초 대비 4배 이상 올랐으며 소비자금융 신용카드 등의 부문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KIC는 지난해 초 20억달러를 메릴린치에 투자했으나 메릴린치가 지난해 말 BOA에 합병되면서 메릴린치 주식이 BOA 주식으로 바뀌었다. 보유 물량은 6200만주로 발행 주식의 1%에 약간 못 미친다. KIC의 BOA 손익분기점 주가는 29.96달러인데 3월에 3달러 밑으로 떨어졌다가 지난 14일 12.91달러까지 반등했다. 진 사장은 "KIC는 장기투자기관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손실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경제 회복세가 지속되면 2년 정도 후에는 원금을 회복할 수 있을것"이라고 기대했다. 칼브 본부장은 "KIC는 BOA로부터 운용기법을 전수하는 등 전략적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KIC는 호주 국부펀드(QIC),말레이시아 국부펀드(KNB)에 이어 쿠웨이트 국부펀드(KIA)와도 최근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덧붙였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대체투자=증권과 채권에 대한 투자를 전통자산 투자로 분류한다. 이를 제외한 자산이나 상품에 대한 투자를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라고 한다. 부동산, 원자재,곡물 등의 상품이 대표적인 대체투자로 꼽힌다. 최근엔 헤지펀드나 프라이빗에퀴티에 대한 투자,벤처투자,상품가격을 지수화한 파생상품,물가연동채권 등에 대한 투자도 대체투자로 분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