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공권력 들어오면 80% 제발로 나갈것"

●쌍용차 농성 이탈근로자
빨리 끝났으면… 지도부 극한 선택 두려워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노조 점거 사태가 50일을 넘기면서 이탈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 5월22일 '옥쇄 파업' 첫날 900여명에 달했던 점거농성 인원은 16일 현재 500명 안팎(회사 측 추산)으로 줄어들었다.

최근 점거 현장에서 이탈한 기감(차장급) 정성모씨(37 · 가명)는 이날 평택 모처에서 기자와 만나 "공장에 남아 있는 동료들 대부분이 너무 지쳐 있다"며 "10명 중 8명은 공권력이 들어오면 제발로 걸어 나가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씨가 털어놓은 공장 안 분위기는 '공권력 투입이든 뭐든 빨리 끝을 내자'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는 "농성 현장에는 회사와 타협할 여지가 있었는데 노조 지부장이 거부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몇 백명이라도 살 수 있는 방안이라고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2개 도장공장에서 두 달 가까이 버티고 있는 파업 근로자들의 상황은 심각하다고 전했다. 수백명이 화장실 6개에 의존해 밥을 짓고,세탁하고,오물까지 버려야 하는 실정이라는 것.공장 바닥에 아무렇게나 몸을 부리고 쪽잠에 밤을 지새우는 일도 숱하다. 정씨는 "자칫 이성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가장 컸다"며 "우울증을 앓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때문에 "공권력이 들어오면 80% 정도는 제발로 나갈 것이고,20% 정도가 옥상으로 올라가 최후 저항을 할 것이라는 게 농성 현장의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부 농성 참가자들의 극한 행동 가능성도 걱정했다. 농성 지도부는 이미 옥상에 건빵,라면,물 등을 옮겨 놨다는 것.정씨는 "농성 지도부는 공장 입구에 시너 등 쉽게 불이 붙는 물질을 쌓아 놓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노 · 노 충돌 당시 발생한 '지게차 사건'에 대해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며 "공장 안에서도 잘못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당시 농성 근로자들은 비해고 임직원들이 정문 안으로 들어오자 지게차로 천막에 있던 임직원들을 밀어붙이고,화염병과 쇠파이프로 폭력을 휘둘렀다.

그는 "해고됐건 아니건 근로자들 모두 할 말이야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대립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막다른 골목까지 갔다'는 생각에 나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평택=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