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 국세청장이 '휴대폰 문자' 보낸 까닭은

"인사청탁 마세요" 엄중 경고
백용호 신임 국세청장이 청와대 등에 승진을 청탁한 국세청 고위 간부에게 최근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인사청탁하지 마세요'라는 엄중한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청장들이 줄줄이 사퇴하는 등 인적쇄신을 위한 대규모 인사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일부 간부들이 국세청의 고질적인 병폐로 꼽히는 인사청탁을 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곧바로 '응징'에 나선 것이다. 정식 취임한 16일 전까지 백 청장은 내정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해당 간부를 직접 불러 문책하는 대신 휴대폰 문자 경고를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인사권자인 백 청장은 청탁한 간부를 배제시키는 인사를 조용히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국세청 전체 조직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즉각적인 경고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에서는 이른바 주요 지역의 세무서장 등 알짜 보직과 그렇지 않은 보직의 선호도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인사청탁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한상률 전 청장의 '그림로비 의혹'도 결국 인사청탁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러나 인사청탁을 하는 것은 결국 나중에 빚으로 남기 때문에 반대 급부의 청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게 돼 부패 고리를 만드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세무조사가 정치적인 이유로 행해졌다는 비판을 받은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이 같은 병폐를 국세청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판단한 백 청장은 취임사에서 "학연,지연,줄대기,인사청탁 등이 더 이상 국세청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원칙에 따른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를 강조했다.

이번 문자 경고는 국세청 내에서 친소 관계가 없고 대통령 측근인 실세 청장이라는 점에서 기대됐던 과감하고 대대적인 개혁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청장 직무대행이었던 허병익 차장이 17일 퇴임식을 가진 데 이어 오는 22일 이승재 중부지방청장,23일 김창환 부산지방청장이 퇴임할 예정이어서 국세청 고위직 인사는 내주 초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