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중국에서 날아온 희소식

날씨가 변덕스럽습니다. 태평양과 아시아 대륙에서 각각 발원한 고기압이 접전을 벌이며 물폭탄을 퍼붓고,저기압이 때때로 지나가며 햇살이 비치는 등 변화무쌍합니다.

금융시장도 요즘 꽤나 변덕스럽습니다. 미국발 악재로 코스피지수가 꼭지를 친 것처럼 보였던 증시는 중국발 호재를 만나 오름세로 급반전하는 등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파 속에서도 새롭게 등장하는 희망의 메시지들이 강력한 힘이 되어 시장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의 2분기 성장률이 7.9%(전년 동기 대비)에 달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소식입니다.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에 힘입은 측면이 크지만 어쨌든 저축만 했던 중국이 소비를 늘리기 시작했다는 긍정적 신호입니다. 그동안 중국의 저축이 과도하게 많다는 얘기는 국가적으로 수출에 비해 수입이 지나치게 적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미국에서는 최근 저축률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미국이 과소비를 줄이고 중국이 소비를 늘리면 세계 경제의 불균형이 해소됩니다. 우리나라도 설비투자와 개인 소비가 늘어나는 균형있는 성장을 해야 합니다.

어쩌면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10여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형성된 세계 경제 질서를 통째로 바꿔놓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에 빠졌던 아시아 국가들은 그 이후 외환보유액을 더 쌓는 데에만 골몰했습니다.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미국 국채를 대거 사들였고,덕분에 미국은 벌어들이는 것 이상으로 소비를 늘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구조는 지속 가능성이 없습니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런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과격하게 치유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위축된 미국의 소비를 중국이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다면 이번 금융위기는 끝이 날 것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급격하게 늘어난 통화를 어떻게 수습하느냐 하는 과제는 남겠지요. 하지만 큰비가 내리고 폭풍우가 휩쓸고 간 뒤 맑고 상큼하게 갠 날씨처럼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나간 뒤 세계 경제가 균형감 있는 모습을 보일 것을 기대해 봅니다.

현승윤 금융팀장 n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