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꿈틀대는 증시, 기업자금조달 확대로 이어져야

코스피지수가 어제 1440.10포인트로 마감돼 종가 기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5월부터 박스권에 묶여 있던 증시가 3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이를 상향 돌파한 것이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실적호조와 공격적인 LCD 분야 투자소식에 외국계 증권사들의 잇따른 투자의견 상향조정 등의 영향으로 주가가 70만원에 육박하며 장중 한때 13개월 만에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突破)하기도 했다. 또 16일 마감된 1800억원 규모의 STX조선해양 BW(신주인수권부사채) 공모에는 무려 5조원에 가까운 뭉칫돈이 몰리는 등 증시 주변 분위기가 모처럼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증시는 경기를 선행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최근의 증시 움직임은 우리경제에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우리 증시에서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큰 외국인들의 유가증권시장에서의 지분율이 8개월 만에 30%를 넘어선데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서만도 1조6000억원이 넘게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어 증시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매우 크다. 더욱이 최근에는 환율도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는 등 증시에는 여러모로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증시 상승세가 어떻게 기업투자 활성화와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도록 하느냐는 점이다. 이 같은 선순환이 가능하려면 증시가 기업의 직접 자금조달 시장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그간 우리 증시는 이 같은 역할을 충실히 해오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의 경우 기업들이 증시에서 유상증자와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1조7000억원에 그쳤던 반면 자사주 매입(4조6177억원)과 현금 배당(8조~9조원) 등 상장유지에 들어간 비용은 13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증시가 급격한 침체를 보였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증시의 자금조달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증시가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상장 유지비용을 줄이고 상장에 따른 메리트를 늘려주는 다각적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구체적으로 기업공개절차나 상장요건, 공시의무 등을 투자자의 권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좀더 과감하게 완화(緩和)해 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최근 도입키로 한 포이즌 필(Poison Pill)과 같은 경영권 보호장치를 추가로 검토, 자사주 매입에 필요 이상의 경비가 들어가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꾸준히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함께 점점 더 교묘해지는 작전세력을 발본 색원, 투기세력이 시장에 발을 들여 놓지 못하게 하는 것 역시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