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전7기' 끝에 연중 최고치 돌파

실적장세…박스권 돌파 기대 커져, 유동성 확충ㆍ美경기회복 등 변수
코스피지수가 17일 9개월반 만에 종가 기준으로 1440선을 회복했다. 지난 5월 이후 지수 1360~1430 사이에 지루하게 갇혀 있던 지수가 오랜만에 박스권 상단을 돌파할 발판을 마련했다. 기대 이상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외국인이 주식 현물과 선물시장에서 동시에 매수 고삐를 당기고 있어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거래대금이 5조원 수준에 그치는 등 거래가 다소 부진하고 정보기술(IT)과 자동차 관련주 등 일부 종목만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점은 부담이란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 회복 속도와 뉴욕 증시의 움직임에 따라 지수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피 '7수'만에 전 고점 돌파

이날 코스피지수는 7.88포인트(0.55%) 오른 1440.10에 마감됐다. 종가로 1440을 넘은 것은 작년 9월30일(1448.06) 이후 처음이다. 전날 뉴욕증시의 강세에 힘입어 장중 1445까지 올랐던 지수는 개인들의 차익 매물로 1430선까지 밀렸지만 장 막판 1440선에 올라섰다.

외국인과 기관이 1440선 회복에 앞장섰다. 외국인은 이날 현 · 선물 시장에서 1조원 가까이 순매수하는 등 사흘째 동시 순매수했다. 주로 투신권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 차익거래도 1543억원에 달해 이날 기관 전체로도 1191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5월20일 종가 기준 지수가 1435까지 회복한 이후 지루한 횡보장에서 박스권 상단 돌파를 위한 시도는 꾸준히 이어졌다. 6월2일과 12일엔 각각 장중 1437과 1436까지 올랐던 지수가 오후 들어 매물이 늘면서 전 고점 추월에 실패했다. 이달 들어서도 7일과 9일,10일,16일에 장중 전 고점을 넘었지만 종가로는 1435 아래로 밀렸다.

증시 분석가들은 주요 기업의 실적 호전 소식이 이어지고 수급이 안정될 경우 지수는 1500선 도전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주식을 사고 있고 업종별로 실적 개선 소식이 이어지고 있어 추가 상승 에너지를 점차 쌓아가고 있다"며 "꾸준히 고점을 높여 1500 근처까지 상승하면 2분기 실적시즌이 끝난 후 상승세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박스권을 완전히 탈출하기 위해선 추가 촉매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위기를 치유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지수가 1440선까지 올라 왔지만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경기 회복에 속도가 붙거나 유동성이 대규모로 보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가 상승은 미국 증시가 관건

향후 국내 증시의 흐름은 미국에 달려 있다는 의견이 많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완전히 봉합될지와 하반기 경기 회복 전망에 따라 코스피지수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란 설명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급의 핵심인 외국인의 투자심리는 미국 증시를 따라가는 경향이 강하다"며 "8000~9000 사이에 갇혀 있는 다우지수가 박스권을 탈출하면 코스피지수도 함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가 마무리될 무렵 미국의 주택지표 등 실물 관련 지표가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시장이 다시 도약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조재훈 부장은 "단기적으로는 다음 주 모건스탠리 캐터필러 등의 2분기 실적 발표가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가 상승을 위한 과제도 남아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CIT그룹의 파산 위험에서 봤듯이 미 정부의 지원 밖에 있던 소형 은행들의 부실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여전히 진행형인 미 금융권의 구조조정은 국내 증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 증시에서 영향력이 큰 중국도 관심 대상이다. 이종우 센터장은 "중국 증시는 정부의 정책 리스크가 매우 큰 곳"이라며 "상반기 유동성 공급으로 중국 증시가 크게 올랐지만 과잉 유동성 우려로 하반기에 긴축으로 돌아설 공산이 커 주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2분기 실적에 대한 높아진 눈높이를 기업들이 충족시킬 것인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 초반에 주요 기업이 '깜짝 실적'을 내놓은 탓에 남아 있는 기업들의 실적 발표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해영/강지연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