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민노총 탈퇴 후폭풍] 현대차 "우리도 이번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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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납하는 돈 복지에 쓰자"KT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계기로 기업노조로는 최대 규모(조합원 4만5000명)인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의 일반조합원 사이에서도 반(反)민주노총 기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지부 산하 정비위원회(정비노조)가 민주노총에 내는 조합비 납부를 거부한 데 이어 금속노조 탈퇴를 공식 결의하면서 촉발된 반민주노총 기류는 KT 노조가 95%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민주노총 탈퇴를 결의하면서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조합원들 '탈퇴' 목소리 커져
노동전문가들은 현대차지부가 2007년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로 전환한 이후 과도한 정치파업의 선봉대로만 내몰렸을 뿐 조합원들의 복리와 실리는 철저히 무시당했다는 불만이 고조된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19일 현대차지부 내 현장조직 홈페이지 게시판은 금속노조를 탈퇴하자는 조합원들의 주장으로 들끓고 있다. 아이디 '조합원'은 "금속노조 탈퇴하자"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제 우리도 현대중공업 노조처럼 상급단체에 상납하는 돈을 조합원의 복지에 쓰자"면서 "더 이상 금속노조에 끌려다니지 말고 이번 기회에 반드시 금속노조를 탈퇴하자"고 주장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현대차지부가 지역지부로 전환되면'이란 글을 통해 "지역지부로 전환되면 우리가 내는 조합비는 금속노조에 44%,지역지부에 16%를 배분하게 돼 결과적으로 현대차지회에는 40%만 남게 된다"면서 "이로 인해 현대차지회에서 실제 사용 가능한 예산은 전체 조합비 100억원 중 40억원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아이디 '조합원2'는 "차기 집행부는 금속노조 탈퇴 공약을 내세우는 조직에 표를 몰아주겠다"고 말했다. 아이디 '현자 말단조합원'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돼 현대차 조합원들에게 도움되는 게 하나도 없다"며 "현대차지부의 새 집행부를 뽑는 선거에서는 산별 탈퇴를 공약하는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노동조직인 민노회 자유게시판에도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게시자가 "정비노조 결정은 아주 잘한 일"이라며 "금속노조 탈퇴를 총회에서 물어보면 아마 80%의 압도적 탈퇴 찬성이 나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대차지부 현장조직들도 잇따라 비판의 글을 올리고 있다. 현장조직인 전현노(전진하는 현장 노동자)는 "금속노조 조합비의 34%를 현대차지부가 부담하고 있지만 금속노조가 현대차지부를 위해 해주는 것은 없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이 같은 여론과 관련해 현대차지부는 20일 열리는 확대운영위원회에서 금속노조 지역지부 전환 등에 대한 입장을 최종 정리할 방침이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