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행장 새무기는 '현미경 영업'

지리정보 결합 타깃 마케팅
영업력 높여 명예회복 선언
모든 역량을 영업에 집중해 명예회복을 하자던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고객 정보를 분석해 맞춤형 마케팅을 펼치는 '현미경 영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섭외활동을 하는 기존의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고객 특성에 맞춘 타깃마케팅을 하반기 영업전략으로 택했다"며 "이를 위해 거래 여부 및 거래 현황에 따라 고객을 세분화할 수 있는 G-CRM 시스템을 개발해 영업에 적극 활용하라고 김 행장이 지시했다"고 20일 밝혔다. G-CRM에서 강조된 것은 정보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기존 은행의 CRM(고객관계관리) 시스템에 지리정보 시스템을 결합함으로써 지역별로 고객의 분포와 거래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난 지도 상에서 아파트나 상가 건물을 클릭하면 호수별로 하나은행과의 거래 현황이 화면 한쪽에 표시되는 식이다.

김정태 행장은 "영업에서는 정보가 곧 실적으로 이어진다"며 "현장에서 얻은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또 한 가지는 점주권 영업을 강화하기 위한 고객 세분화다. 김 행장은 최근 열린 지점장 회의에서 "영업의 핵심은 점주권 영업이며 점주권 영업을 위해서는 지역별 특성에 맞춘 밀착형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G-CRM의 정보를 활용하면 지역 주민들의 은행 거래 내역이 한눈에 파악돼 맞춤형 마케팅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하나은행 측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하나은행과의 거래 관계가 없는 고객에 대해서는 신규 거래를 맺는 방향으로 영업을 펼치고 거래가 있는 고객에 대해서는 신용카드,펀드,대출 등에 걸쳐 거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영업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어느 아파트에 사는 어느 고객에게 예금 가입을 권유하자는 식의 매우 구체적인 영업활동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고객의 분포도가 나타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점을 보이는 지역에 인력과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수도 있다. 은행이 유치하고자 하는 우량고객을 찾아내는 것도 가능하다. 한준 하나은행 마케팅기획부 팀장은 "본점에서 영업 전략을 세워 각 영업점에 내려보내는 기존의 방식은 개별 영업점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며 "G-CRM과 LMS를 활용해 고객별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