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디스플레이 OLED, 언제 LCD 대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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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공학한림원 토론마당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휴대폰을 사서 일반 휴대폰과 비교해 보면 OLED의 우수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면적을 크게 하는 것이 어렵다거나 수명이 짧다는 문제는 모두 옛날얘기다. LCD(액정표시장치)도 상당 기간 존속할 것은 사실이나 OLED가 미래의 디스플레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정호균 삼성 SMD고문)
"LCD는 50인치 TV를 생산할 때 5~6장의 기판을 한번에 찍어낸다. OLED가 이 정도의 생산 공정을 갖추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현재 LCD는 모든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성숙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LCD의 패권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김현재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디스플레이 산업은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의 4%,수출의 9%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특히 삼성과 LG 등 한국 기업들은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의 40%를 장악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디스플레이의 미래패권,어디로 가나'란 주제로 열린 '제37회 한경-공학한림원 토론마당'은 향후 디스플레이 시장의 방향성을 점쳐볼 수 있는 자리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OLED의 기술적 우수성에는 모두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얼마나 빨리 OLED 시대가 올 것인가를 놓고는 시각차를 보였다.
주제발표에 나선 박희동 화학연구원 프런티어 디스플레이 사업단장은 "LCD는 자체적으로 발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제약이 있었지만 현재 전체 평판디스플레이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며 "LCD가 워낙 많은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OLED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기존 시장을 뚫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하드웨어 위주로 육성돼 소프트웨어 개발 측면에서 미흡한 면이 많다"고 지적한 뒤 "일본에 비해 원천기술 수준을 살펴보면 LCD는 60%,PDP는 8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특히 OLED의 주요부품 · 소재의 국산화율도 10%에 미치지 못하는 등 큰 기술격차를 보이고 있어 문제라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나선 권오경 한양대 공대 교수는 "자체 발광하는 OLED는 LCD 생산비의 30~50%를 차지하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또 컬러필터 등 고가 부품들이 모두 필요 없어 향후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선명한 화질,빠른 응답속도 등도 OLED의 특징"이라며 "가장 난제였던 전류를 나노 암페어 급으로 정확히 배분하는 기술도 지난 10년간의 노력으로 해결됐다"고 밝혔다.
정호균 삼성 SMD고문은 "LCD의 생산라인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OLED공정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며 "2012년 정도 되면 가격경쟁력을 가진 40인치급 OLED TV를 소비자들이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OLED가 아무리 기술적으로 우수하다 해도 시장에서 선택받기 위한 '킬러 애플리케이션(출시와 동시에 시장을 재편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OLED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며 특히 디자인 측면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다"며 "예를 들어 TV를 시청하지 않을 경우 투명한 디스플레이 상태로 있도록 하거나 (공간절약을 위해) 접는 디스플레이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에 반해 윤태훈 부산대 교수는 LCD의 패권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LCD는 자체 발광을 하지 않기 때문에 수명에서 OLED보다 유리하다"며 "특히 LCD는 자연광을 이용할 수 있고 야외에서 잘 보이게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재 교수는 "디스플레이의 원천기술과 재료,장비 등은 대부분 외국기업이 소유하고 있는데 이 같은 현상은 특히 OLED 분야가 심하다"며 "오히려 OLED 판매가 늘어나면 후폭풍이 심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