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오리온 '초코파이밴드 "우린 음악으로 精을 전하는 사람들이죠"


"초코파이밴드요? 하하,귀여워요. "

우리 밴드 이름을 들은 사람들의 대체적인 반응입니다. 네,우리는 초코파이밴드입니다. '밴드'하면 떠오르는 강렬한 음악과 긴 머리를 휘날리는 이미지와는 달리 귀여운(?)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초코파이밴드는 2008년 초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대학에서 록동아리 멤버로 활동한 뒤 회사에서도 꾸준히 음악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에 입사하자마자 조직한 밴드입니다. 사내에 밴드 모집 포스터를 부착할 때만 해도 록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지 걱정이 컸죠.아니나 다를까 지원서를 받아보니 딱 한 명만 악기를 다룰 뿐 나머지는 문외한이었습니다. 밴드를 결성하려던 꿈이 여기에서 끝났을까요? 아닙니다. 악기를 다뤄본 경험이 없었을 뿐이지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모두 프로였습니다. 열정 하나로 손가락 끝에 피가 맺히고 손바닥에 물집이 생기는 고난의 과정을 이겨냈습니다. 3개월 만에 연주하고자 했던 곡들을 모두 소화,작년 여름 사내 시상식에서 첫 데뷔 공연을 가졌습니다. 직원들이 팔짱만 끼고 지켜보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기우였습니다. 첫 곡이 끝나자마자 터져나온 우레와 같은 함성.동료들이 현장에서 펼치는 라이브 연주에 사내직원들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습니다. 이러한 열기에 힘입어 작년 겨울에는 외부 클럽을 빌려 연 콘서트 수익금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했습니다. 올해도 여름과 겨울 정기공연(2회)을 예정으로 2기 멤버들이 열심히 땀을 흘려가며 공연 준비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초코파이밴드는 매주 월요일 퇴근 후 회사 바로 앞에 있는 합주실에 모여 연습을 합니다. 연습하는 곳에 구경오면 처음엔 실소를 금치 못합니다. 불협화음의 대향연이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각자 집에서 혼자 연습을 해왔기에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따로 놀기에 그렇습니다. 서로의 소리를 조율해가며 화음을 맞추는 게 바로 합주의 기쁨입니다. 처음으로 한 곡을 불협화음없이 연주했을 때의 희열은 경험해 본 사람 아니고는 못 느낍니다.

서로 다른 팀,다른 직급의 사람들이 모였지만 합주할 때만큼은 모두가 하나입니다. 오로지 연습을 많이 한 사람,음악을 많이 연구한 사람의 목소리가 클 뿐입니다. 밴드 내 막내인 저도 가끔 연습을 안한 상사에게 "과장님,연습 좀 해오세요"라고 외칠 정도입니다. 물론 연습이 끝나고 맥주 한 잔과 함께 애교를 떠는 센스는 있어야지요. 초코파이밴드에는 개성있는 직원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노래방에서 화끈한 쇼맨십으로 다른 사람들의 기를 죽이는(?) 보컬의 이충갑 사원,현란한 마술솜씨를 갖춘 홍석목 사원(기타리스트),똑부러진 성격에 박자 감각도 훌륭한 홍일점 드러머 김경아 대리,김 대리와 호흡을 맞추는 권용진 사원(드러머),신나는 음악만 나오면 짧은 머리에도 가차없이 헤드뱅잉을 즐기는 저도 포함됩니다. 하지만 그 중 백미는 밴드 회장인 송상희 대리입니다. 지금까지 혈소판 성분 헌혈을 100회 넘게 진행해 온 봉사의 사나이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규칙적으로 혈소판 성분 헌혈을 하고 있는데 그 이유도 음악과 관련이 있습니다. 대학시절 음악 동호회에서 알게 된 지인이 '한 줄 튕기기만 해도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킨다'는 명기타를 백혈병에 걸린 지인의 치료비로 쓰기 위해 미련 없이 파는 것을 보았답니다. 이후 회장도 헌혈 봉사에 나서게 됐습니다.

우리의 꿈은 초코파이하면 떠오르는 '따뜻한 정'을 음악으로 세계에 알리는 것입니다. 해외 근무 중인 오리온 직원 여러분,조금만 기다리세요. 우리가 곧 달려갑니다.

/이상민 '초코파이밴드' 총무(오리온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