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 첫 국제민간항공기구 정직원 탄생

국토해양부 김구슬 주무관
"지원서만 A4용지로 11장을 써 냈습니다. 파워포인트 2003 · 2007버전의 차이점을 얘기해 보라는 인터뷰가 제일 황당했습니다. "

한국 여성으론 처음으로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사무국의 정직원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김구슬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 주무관(30).김 주무관은 서류심사,전화 인터뷰,지식심사 등 7개월 동안의 심사 과정에서 전 세계에서 지원한 87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최종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그는 오는 27일부터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ICAO 본부 항행국에서 근무를 시작한다. 항행국은 국제항공 안전기준 제 · 개정 업무를 담당하는 핵심 부서다. 출국 하루 전인 22일 김 주무관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합격통지서를 6월 중순께 받았을 때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대학시절부터 꿈꿔 온 일이 성사돼 정말 기뻤습니다. 얼마 전 살 집을 보고 왔습니다. "

김 주무관은 대학 때부터 10년 동안 유엔 등 국제기구 근무를 준비해 왔다. 한국항공대 재학시절 영어에 집중한 것도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 대부분 동기들이 대학 졸업 후 민간 항공사에 취직하는 길을 그는 가지 않았다. 대신 공무원을 선택했다. 국제기구에 근무하기 위해선 정부 부처 근무 경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2004년 8월부터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에 항공교통관제사(8급)로 들어가 국제협력 기획 · 조정 담당 등의 업무를 해 왔다. 뛰어난 영어 실력 덕에 외국의 주요 인사가 장 · 차관을 방문할 때 통역을 도맡았다.

"ICAO 사무국은 총회와 달리 정부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전 세계 항공사에 적용되는 항공 규정을 만드는 곳이죠.가입국 중 8번째로 분담금을 많이 내는 나라에서 정식 직원이 한명도 없다는 게 의아했습니다. "

몬트리올에 본부를 두고 있는 ICAO는 전 세계 항공산업과 항공기술 발전을 위해 국제민간항공조약에 따라 1947년 설립된 유엔 산하 전문기구다. 회원국은 190개국이며 우리나라는 1952년 가입했다. 분담금 기준으로 세계 8위의 항공 운송국이자 재정 기여국이지만 한국의 입지는 좁았다. 한국인으로서 ICAO 사무국 근무는 김 주무관이 두 번째다. 그는 ICAO에서 우선 3년 계약직으로 근무한다. 몇 해 전 ICAO의 인사규정이 3년마다 직원과 재계약하도록 바뀌었기 때문이다. 결격 사유가 생기지 않는 이상 20년 이상 근무할 수 있다. 김 주무관은 "다시 한국에 돌아와 ICAO 경험을 살려 나라에 봉사할 계획"이라며 "국토부에 사직서를 내지 않고 휴직계를 낸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