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10년전 '닷컴증시'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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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회복 없인 유동성 장세 한계, 세제혜택 등 장기투자 유도해야
국내 주가가 지정학적 문제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문제 등으로 두 달 가까이 '조정'을 받다가 최근 다시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불과 넉 달 만에 코스피지수가 40%, 코스닥지수가 50%가량 상승했다. 이미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전 수준을 훌쩍 상회하자 금융시장의 관심이 온통 주식에 쏠리고 있다. 1999년에도 지금처럼 단기간에 국내 주가가 급등한 적이 있다. 당시 1년 이상 랠리가 이어지면서 KOSPI는 약 250%,코스닥지수는 약 320% 급등했다. 특히 닷컴붐의 핵심에 있었던 코스닥지수의 경우 1999년 말 2925.50으로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현재 그나마 급등해 겨우 500대 초반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당시의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자고 일어나면 주식으로 '부자'된 사람들이 연일 신문지상에 소개되었고,직장인들의 대화는 '주식'으로 시작해서 '주식'으로 끝이 났다. 많은 사람들이 '대박'을 꿈꾸고 빚을 내거나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자금까지 동원해 주식투자를 했다. 기업들도 그 틈을 이용해 단기간에 지나친 유상증자를 감행했고, 개인들은 아무런 판단 없이 쉽게 큰 돈을 벌 욕심으로 기꺼이 유상증자에 응했다. 대다수 투자자들이 정작 주식투자의 정확한 의미나 그 뜻조차 헤아려보지 않은 채 그저 '남들이 다 하니까' 따라 하는 투자를 했다.
그러나 이후 닷컴버블의 붕괴,대우사태,그리고 미국의 9 · 11테러 등 연쇄적인 경제 충격으로 인해 경기가 하향세로 돌아서자 버블증시는 즉시 붕괴되기 시작했다. 급속히 반전한 주가는 코스피지수의 경우 2003년 9월 697.52까지,코스닥지수는 2004년 7월 331.21로까지 추락했다. 이러한 주가 급등락은 고스란히 개인투자자의 피해로 돌아갔으며, 이들은 2007년 적립식펀드 붐이 형성되기 전까지 철저히 주식시장을 외면했다. 결국 오랫동안 개인들의 여유자금이 기업으로 선순환되지 못했으며, 이는 우리 경제 회복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현재의 주식시장 흐름이 당시 증시버블의 초기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무엇보다도 당시처럼 커다란 경제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되면서 실물경제와 상관없이 저금리와 풍부한 자금에 의한 유동성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는 게 그렇다. 또한 기관이 아니라 개인과 외국인 등이 매수 주체가 돼 개별종목과 코스닥지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도 흡사한 점이다.
따라서 모처럼 찾아온 주식시장 활황이 과거와 같이 버블로 변질돼 조그만 충격에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의 상승세를 건강하게 유지 · 관리해 증시 본연의 순기능이 나타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자본시장법의 본격적인 시행과 더불어 단기부동자금이 아니라 실제 개인의 장기 여유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다양한 유인책 마련이 절실하다. 예컨대 그동안 정부가 취한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완화와 다양한 세제혜택을 장기 주식투자에 대해서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 한편 앞으로 내국인 주도로 자본시장에 긍정적인 자금흐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업은 단기간 지나친 유상증자 등을 자제해 주식시장의 탄력성을 잃지 않도록 하고,금융기관은 장기 투자자의 욕구에 부합하는 신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투자자들도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자신감과 올바른 금융지식을 갖춰 점점 변동성이 심해지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투기가 아닌 건강한 투자를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박덕배 <현대경제硏 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