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액한도대출 규모 축소 '고민중'

● '출구전략' 논쟁
기준금리 인상은 '아직'
정부 "재정확대 유효"
한국은행이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이후 실시했던 총액한도대출 확대 및 자본확충펀드 조성 등의 조치를 되돌리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일각에선 한은이 본격적인 '출구전략(Exit Strategy,위기 이후 유동성 환수 조치)' 시행을 준비 중인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한은에선 출구전략의 핵심은 기준금리 인상이며 이는 3분기 경제성장률 통계가 나오는 11월 이전엔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23일 "4분기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정하기 위한 논의는 원래 9월에 하는 것으로 잡혀 있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호전되면 총액한도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총액한도대출이란 한은이 한도를 정해놓고 은행별로 중소기업 지원 실적에 연계해 시장 금리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자금을 배정해 주는 제도로 중소기업 지원책의 하나다. 한은 관계자는 그러나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총액한도대출을 줄이면 중기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시행 시기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은은 은행의 건전성을 높여주기 위해 조성한 자본확충펀드에서 한은 투입액을 빼내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은행이 신종자본증권 등을 되사는 방식으로 해소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자본확충펀드에 1년 만기로 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에 내년 2월 말까지는 회수하지 않을 것이며 추후 은행들과 협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은은 급격히 늘어난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지급준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지만 은행권과 제2금융권 간 불균형 문제 등의 부작용이 있어 현실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시중은행 등에 공급했던 외화유동성은 지난 3월부터 회수에 들어간 상태며 10월이면 모두 환수할 것이란 게 한은의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도 한은과 마찬가지로 당장 재정 확대 기조를 변화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산업생산 소비 고용 등 일부 지표가 개선되고는 있지만 민간의 투자 증가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정부의 재정 투입 효과가 더 컸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1%(전기 대비)를 기록했지만 재정 기여분이 1.9%에 달했다. 재정 기여분을 제외하면 마이너스 성장인 셈이다. 2분기도 당초 예상치(정부 전망 1.7%)보다 높은 2.4%대 성장률이 기대되지만 이 또한 상당 부분 재정의 효과가 컸다. 정부는 다만 재정 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세출 구조조정과 세수 확대 방안을 짜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것을 광의의 개념으로 보면 재정은 이미 중립으로 돌아선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정부는 재정 확대와 감세 기조를 유지하는 선에서 최대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 불요불급한 재정 지출을 줄이고 과도하게 감축한 세목 중 일부를 정상화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정종태/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