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웨딩펀드'‥여우들 '결혼 사냥'에 배꼽 빠진 대학로

"혹시,5월에 시간 있으면 나랑 결혼할래요?" 대학로가 웃음바다가 됐다. 100분간의 폭소가 끊이지 않는 뮤지컬 '웨딩펀드'때문이다. 최세연과 엄정은,박지희는 고등학교 동창.졸업 후 이들은 결혼 적금을 들고,결혼식장에 최초로 골인하는 사람이 그 돈을 몽땅 가져가기로 약속한다. 스물 아홉살이 된 세 여자.통장의 돈도 3825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액수로 불어났지만 결혼은 여전히 먼 나라 얘기다. 한데 이게 웬일,여우 같은 지희가 선본 지 한 달도 안 된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한다. 돈을 잃기 싫은 두 친구는 지희보다 일찍 결혼하려고 난리법석을 떤다. 대학 때부터 알고 지내던 선후배이며 헤어졌던 첫사랑까지 샅샅이 뒤지며 '신랑감 사냥'에 나섰다.

결혼 적령기의 여자에게 뮤지컬 '웨딩펀드'는 뼛속 깊이 공감할 로맨틱 코미디.이미 연극으로 성공한 '오월엔 결혼할거야'가 원작인 이 뮤지컬은 2008년 창작팩토리 우수작품 제작지원에 당선됐다. 튼실한 원작 덕인지 첫 공연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반신반의하며 공연장을 찾은 300여명의 관객은 100분간 공연 내내 폭소와 박수로 답했다. 현실과 회상의 연결은 무대 위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다. 시간의 흐름을 나타낸 소품의 활용은 똑똑하고 기발하다. 화장실 변기의 등장,하늘에서 내려오는 통장,무대 배경의 박스가 열렸다 닫히며 등장하는 남자친구들,김치찌개집 아줌마가 할머니가 되는 과정 등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감각파 연출가 황재헌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장소영의 음악도 감칠맛 난다. 아직 무르익지 않은 배우들의 가창력은 조금 아쉽지만 재치 넘치는 대사와 뻔뻔스러운 표정은 폭소를 자아낸다.

1인 20역쯤은 거뜬히 해내는 멀티맨 전병욱의 코믹 연기와 가창력도 놀랍기 그지 없다. 별 생각 없이 크게 한바탕 웃으려는 결혼 적령기 남녀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단 여성들의 이야기라고 편견을 갖지 말 것.껄껄거리며 크게 웃는 소리를 주시하면 남성 관객이 압도적으로 더 많다. 8월16일까지 대학로 '이다' 1관.1544-1555

김보라 기자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