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뇨'의 귀환] 프랑스 혁명도 엘리뇨 때문?

글로벌 워치
기상이변에 굶주린 시민들 봉기…남미 '모체문명'도 홍수로 파괴
엘니뇨는 역사의 흐름도 바꿔놨다. 절대왕정을 무너뜨린 18세기 프랑스 혁명은 알고 보면 엘니뇨 때문이라는 주장이 대표적 사례다.

엘니뇨와 프랑스 혁명은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 혁명이 진행됐던 1789~1793년 사이 엘니뇨 현상이 강하게 발생했고,그 영향으로 유럽 전역은 흉작으로 시달렸다. 굶주리던 프랑스 국민들이 절대왕정에 저항하고 나서면서 프랑스 혁명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또 안데스 산맥 해안지대에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고대 모체문명이 멸망한 것도 엘니뇨에 의한 자연재해 때문이란 설이 있다. 모체문명이 절정을 이뤘던 550~600년께 이들이 살던 해안지대에 30년 동안 '메가 엘니뇨'로 알려진 폭풍우와 홍수로 문명은 파괴됐으며 이후 최소 30년간 가뭄이 이어지면서 멸망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엘니뇨란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892년이다. 페루해군 카밀로 카릴로가 페루의 리마에서 열린 지리학회에서 페루 뱃사람들이 이곳에 이례적으로 흐르는 따뜻한 해류를 '엘니뇨'라 부른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동태평양 페루 연안은 남동 무역풍이 불어 표층해류가 호주 연안으로 이동,심층에서 찬 바닷물이 솟아오르는 지역으로 플랑크톤이 풍부하고 연중 수온이 낮아 훌륭한 어장이 형성돼 있다.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무역풍이 약해지면서 찬 바닷물이 솟아오르는 현상이 줄어들게 되고 해수면 온도 또한 상승,플랑크톤과 한대성 어류가 사라지면서 어장이 황폐화된다. 이런 현상이 크리스마스께 가장 강하게 나타나 이 지역 어민들이 '엘니뇨(스페인어로 남자아이)'라며 한탄한 데서 유래했다. 엘니뇨를 광범위한 지역의 이상기후 현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부터다. 1893년 찰스 토드라는 과학자는 인도와 호주에서 가뭄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에 주목했다.

20세기에 과학자들은 엘니뇨 현상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그 결과 엘니뇨 현상으로 태평양의 에너지 분포가 바뀌고 대기의 흐름에 변화가 생겨 비를 내리는 전선이 서태평양 지역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이상기후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