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ELS 불법 손실보전…사실상 '시세 조종' 인정
입력
수정
'신영證 136호' 원금 절반ㆍ보장수익 지급외국계 주가연계증권(ELS) 운용사가 기초자산인 개별종목 주가에 관여한 혐의를 사실상 인정하고 투자자의 손실을 불법적으로 보전해준 사실이 확인돼 큰 파문이 일 전망이다. 올 들어 ELS 기초자산에 대한 조기상환일 또는 만기일에 상품 운용사들의 '주가 관여'(시세 조종) 의혹이 잇따라 확인됐지만,이처럼 법으로 금지한 손실보전 사례까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 "상품 약관 벗어나…" 고강도 조사
◆'주가 관여' 통한 조기상환 무산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3월 만기가 돌아온 '신영증권 ELS 136호'의 운용사인 외국계 증권사는 2006년 9월 기초자산의 주가를 떨어뜨려 조기상환을 무산시킨 뒤 투자자들에게 절반의 투자 원금에 대해 보장수익을 지급했다.
2006년 3월 발행 당시 5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몰린 이 상품은 기초자산인 하이닉스와 기아차의 6개월마다 주어진 조기상환일 주가가 발행 당시 주가의 75% 이상이면 연 16.1%의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첫 조기상환일인 같은 해 9월11일 장 막판 외국계 증권사 창구에서 기아차 매도 물량이 200억원가량 쏟아지면서 기아차 주가가 급락해 1만5350원으로 마감됐다. 이에 따라 '신영증권 ELS 136호'는 상환 조건인 1만5562.5원보다 낮아지면서 조기상환이 무산됐다. 이 상품을 판매한 신영증권 측은 "ELS 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운용사인 해외 증권사와 협의한 결과 외국계 증권사가 투자 원금의 절반과 보장했던 수익(연 16.1%)을 더해 원하는 고객에게 지급해주기로 하고 조기상환일 이틀 뒤에 중도 환매해줬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1억원을 넣은 투자자의 경우 투자 원금의 절반인 5000만원과 보장된 수익인 402만원(연 16.1%)을 받고 중도 환매했던 셈이다.
이 상품은 중도 환매로 빠져 나간 자금을 제외하고 만기일까지 조기상환 조건에 들지 못하고 운용되다 올해 3월 70%가량의 손실을 보고 모두 상환됐다.
◆불법 손실보전 파장
판매 증권사가 상품 운용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조기상환일이 지난 직후에 이처럼 서둘러 손실보전에 나섰다는 점에서 해외 운용사가 '조기상환을 무산시키기 위한 주가 관여'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는 게 증권업계의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가 운용시 기초자산 주가를 떨어뜨려 조기상환을 무산시킨 사실 때문에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이자 계약에도 없던 중도 환매를 해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투자상품의 약관을 벗어난 ELS의 중도 환매는 '손실보전 행위'로 볼 수 있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투자상품에 대한 '손실보전 행위 금지'는 현행 '자본시장법'에도 명시돼 있을 뿐더러 당시 증권거래법(52조)에서도 규정하고 있는 조항이다. 금융투자회사가 주식 거래를 비롯해 펀드나 ELS 등 금융상품에 대해 손실보전 행위를 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대목이다.
특히 올 들어 ELS 기초자산의 시세 관여 사례가 잇따라 밝혀진 가운데 이 같은 사실이 다시 드러나면서 전체 ELS 상품에 대한 신뢰 문제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LS는 주가가 급등했던 2007년과 2008년에는 각각 25조5000억원,20조6000억원어치가 발행됐으며 올 상반기에도 4조원어치 이상 팔렸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