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뚱뚱해진 한국인

미국 예일대의 켈리 브라우넬 교수가 쥐를 대상으로 다이어트 실험을 했다. 비만인 쥐들에게 음식을 적게 먹여 일정한 수준까지 몸무게를 낮추는 데 21일이 걸렸다. 정상적인 양의 음식을 공급하자 46일 만에 원래 체중을 회복했다. 같은 쥐들에게 다시 한 번 다이어트를 시켰다. 이번엔 몸무게를 줄이는 데 40일이 걸린 데 반해 불과 14일 만에 원래 체중을 회복했다. 음식이 적게 섭취되는 데 대해 몸의 방어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다.

이 실험은 살 빼기가 왜 어려운가를 잘 보여준다. 하긴 실험 결과를 들먹일 것도 없다. 우리 주변에도 다이어트 실패사례는 허다하다. 큰 맘 먹고 다이어트를 시작하지만 한 달을 넘기기도 쉽지 않다. 식사량을 간신히 줄였다가도 열량 높은 간식을 먹고 후회 하는 일이 반복된다. 외식이라도 하게 되면 핑곗김에 포식을 해서 그동안의 노력을 '꽝'으로 만들기도 한다. 생각대로 안되다 보니 다이어트의 종류만 늘어나고 있다. 토마토,바나나,두부,물,콩,녹차 등 식품을 이용한 것에서부터 옆구리살,뱃살,허벅지살,엉덩이살,팔뚝살,등살 등 부위별 살을 빼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이 나와 있다. 세계 각국의 다이어트 요법을 합치면 1만가지를 넘을 거라는 얘기까지 있다. 요즘엔 비만클리닉,변비해결,체지방분해 등 의학적 지식을 동원하는 게 대세지만 그래도 별 소용이 없는 모양이다.

건강보험공단과 충남대의대가 공동조사해 보니 1997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새 한국 남성의 평균체중이 66㎏에서 68.6㎏으로 2.6㎏,여성은 54.9㎏에서 56.5㎏으로 1.6㎏가 각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체중(㎏)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눠 비만도를 재는 체질량지수(BMI)도 남성 23.9,여성 23.0에 분포해 '과체중'이 됐다고 한다. 체질량지수(아시아태평양 기준)는 남녀 모두 18.5~22.9여야 표준이고 23~24.9면 과체중,25~29.9면 비만으로 분류된다. 체중에 유독 관심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니 의외다.

맛있는 음식이 넘쳐나는 시대에 체중조절이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몸무게가 날로 늘어나는 것을 뻔히 알면서 방치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새로운 방식의 다이어트라면 귀가 솔깃해지게 마련이지만 쉽고 편한 해결책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그저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라는 조언을 미련하게 실천하는 수밖에 없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