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M과 함께하는 경영노트] 日 이나식품공업의 '나이테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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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생산 안하고 대박 아이디어 아껴두고일본의 한 지방 중견기업에 NHK와 같은 유명 방송국과 신문사의 취재 요청이 쇄도한다. 도요타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의 견학 요청도 줄을 잇는다. 한천(寒天)식품회사 이나식품공업(伊那食品工業)이 그 주인공이다. 1959년 11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현재 직원 400명,매출 160억엔 규모로 성장한 회사다.
왜 이토록 많은 관심이 쏟아질까? 바로 '나이테 경영'이라는 이 회사의 독특한 경영 철학 때문이다. 나이테 경영이란 '나무가 나이를 먹을 때마다 나이테가 하나씩 생기듯이 기업도 천천히 순리에 맞게 조금씩 성장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급성장을 추구한다. 매출 등 기업 규모가 성장하면 경영도 성공했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만약 최근 출시한 신제품이 크게 히트해 주문이 밀려든다고 치자.당신이 그 기업의 CEO(최고경영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직원과 설비를 늘려 수익을 극대화하고 성장의 교두보로 삼으려고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나식품공업은 이런 고성장 전략에 당당하게 'No'라고 말한다. 제품이 잘 팔리는 호황기에 직원을 많이 채용하고,설비 투자를 늘리면 호황 당시에는 크게 성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황이 오면 호황 때 늘린 설비나 종업원은 경비 절감이니 구조조정이니 하는 살벌한 현실에서 부담이 된다.
기업의 급성장은 결과적으로 기업에도,종업원에게도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위험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나식품공업은 느려도 '영원히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가치를 추구한다. 그러다 보니 대형 마트를 통해 제품을 전국적으로 유통할 수 있는 기회도 거절하고,대량 생산도 하지 않는다. 시장에 출시하면 대박날 게 뻔한 신상품 아이디어도 만일에 대비해 아껴둔다. 나이테 경영에서 중요한 요소는 '직원들의 행복'이다. 직원들이 행복한 회사가 영속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회사엔 구조조정이 없다. 무리한 고용 및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구조조정할 만한 큰 위기도 없었다. 직원들이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도록 종신고용,연공서열 제도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2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 등 다양한 복지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직원들은 자신을 믿고 가족과 같이 대해주는 회사를 위해 능력 이상을 발휘하고 있다. 새로 개발한 한천 가공 기술로 업무용 가정용 외식용 의료용 공업용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연이어 히트 상품을 냈다. 설립 후 2005년까지 48년 동안 매년 영업이익과 매출을 경신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현재 한천식품 업계에서 글로벌시장 점유율이 15%,일본 내수 점유율이 80%를 차지하는 등 명실상부한 세계 1위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과주의 미국식 경영시스템에 대한 반성론이 대두되고 있다. GM과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에서 보듯,성과만 강조하는 기업은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고 깨달은 것이다. 미국식 경영시스템과 정반대의 길을 가면서도 50년 이상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한 이나식품공업.모두가 꿈꾸는 유토피아 기업을 실현한 '나이테 경영'에서 기업 영속의 힌트가 숨어 있다.
IGM 세계경영연구원 조미나 상무/이경민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