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경영書] '반쪽진리'를 경계하라…경영은 곧 과학이다

증거경영|제프리 페퍼ㆍ로버트 서튼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인 제프리 페퍼와 로버트 서튼은 경영자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연구로 유명하다. 그들이 2000년에 출간한 '왜 지식경영이 실패하는가?'라는 책에서는 경영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기업현장에서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원인을 밝히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이번엔 반대로 경영자들이 진리로 착각하는 잘못된 지식의 문제를 꼬집고 있다. 저자들이 '증거 경영'에서 주장하는 핵심 사항은 유행에 휩쓸리지 말고 확실한 증거(evidence)를 바탕으로 한 경영관행을 구축하라는 것이다. 무분별한 벤치마킹이나 과거의 경험,속설에 의존하면 조직의 건강에 바로 위험신호가 올 수 있다. 오늘날 비즈니스 아이디어 시장에서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는 소위 전문가,컨설턴트,경영의 구루,학자들이 제시하는 주장들 중에서는 '반쪽 진리(half-truths)'에 해당하는 것이 많다. 이처럼 경영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반쪽 진리란 언뜻 보기에 진리같이 들리고 어떤 때는 맞는 것 같지만,모든 경우나 모든 결정에 아무렇게나 적용하면 오히려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책의 2부에서 집중적으로 다룬 반쪽 진리들의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일과 사생활은 근본적으로 다르다,최고의 기업에는 최고의 인재들이 있다,금전적인 인센티브가 기업의 성과를 높인다,전략이 정말 중요하다,변하지 않으면 죽는다,위대한 리더는 조직을 장악하고 있다' 등은 모두 개인이나 기업 경영을 위험스럽게 만들 수 있는 반쪽 진리에 불과했다.

예컨대 사우스웨스트항공이나 SAS는 일과 사생활을 잘 조화시켜 직원들의 생산성 및 창의성을 제고했다. 또한 소수의 특출난 사람들을 특별히 대우하고 나머지 모두를 열등하게 취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도요타처럼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특출한 사람으로 대우하려고 애쓰는 조직이 최고의 성과를 올렸다.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남용하는 것도 문제였다. 아마존이나 코스트코 사례처럼 기업성과는 조직 전체가 함께 이뤄내는 것이지,몇몇 개인의 노력만으로 달성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