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긴급 점검] 호텔 뷔페·레스토랑 빈자리 없어…'아랫목 경기' 회복세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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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여전히 부진"손님,죄송합니다. 빈 자리가 없습니다. "
'윗목 경기' 냉기 안풀려
특급호텔 뷔페,와인 레스토랑,패밀리 레스토랑에 손님이 몰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경기 침체 이후 가장 먼저 줄인 것이 외식비였지만 최근에는 레스토랑마다 예약 손님이 밀릴 정도다. 또 불황 여파로 고전했던 가전 · 가구 등 내구재와 신사복 매출까지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CSI)가 7년 만에 최고치(7월 109)를 기록한 것이 실제 소비 현장에서도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관련 업계는 '아랫목 경기'(중상층 소비)는 확연히 풀려가는 느낌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재래시장 등 '윗목 경기'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급호텔 뷔페,주중에도 예약손님 밀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의 뷔페 레스토랑 '더 파크 뷰'는 요즘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예약손님이 일주일가량 밀려 있다. 이달 1~28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5% 늘었다. '컨티넨탈','아리아께' 등 6개 레스토랑 매출이 8.1% 증가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석 달에 한 번 오던 고객이 지난달부터 한 달에 두 번씩 온다"며 "그동안 미뤘던 가족모임을 예약하는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의 '아리아'도 이달 매출이 6월보다 15%,고객 수는 20% 각각 늘었다. 프라자호텔의 중식당 '도원'과 일식당 '고토부키'는 지난달 매출이 올 들어 최대를 기록했다. 정본용 프라자호텔 식음팀장은 "프라이빗룸 예약률이 높아졌고 객단가는 전년 대비 15%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청담동의 고급 레스토랑들에도 고객들 발길이 잦아졌다. 와인 레스토랑 '베라짜노'는 이달 매출이 전달보다 20%가량 늘었다. 이정희 지배인은 "휴가철이라 예약률은 비슷하지만 주문하는 와인 가격대가 불황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며 "20만원대 와인을 주문하는 횟수가 올초만 해도 일주일에 2~3회에서 지금은 7~8회로 늘었다"고 말했다.
불황으로 점포수를 줄이는 등 고전해온 패밀리 레스토랑도 손님맞이로 분주해졌다. 베니건스는 지난 5월부터 매출이 오르기 시작해 6~7월에는 5%가량 신장했다. 빕스는 올초 예약없이도 식사가 가능했지만 주말에는 예약 없이 자리를 잡기 힘든 상황이다. 아웃백스테이크의 안대용 종로점장은 "지난달에는 하루에 500여명이 방문했는데 지금은 600여명으로 늘었고 매출도 30%가량 신장했다"며 "학생들 방학 영향도 있지만 현장에서 봐도 경기가 풀려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접대 고객이 대부분인 고급 한정식집은 아직 한산한 편.우승호 용수산 태평로점장은 "이달 매출이 6월보다 7~8% 늘었지만 1년 전보다는 10% 이상 밑돈다"며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접대 고객' 비중이 높은데 아직 많은 기업에서 주머니를 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죽쑤던 가전 · 가구 · 신사복도 기지개
불황에 구매를 미루던 가전제품과 가구 매출도 조금씩 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가전 부문 매출은 지난 4월까지 감소세였으나 5월부터 반전돼 지난달에는 13.1%나 늘었다. 가구 역시 지난달부터 증가세(0.9%)로 돌아서 이달에는 6.2%의 신장세를 보였다. 김택년 가전 바이어는 "최근 들어 LED TV 등 신제품을 중심으로 구매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류 중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인다는 신사복도 여름 비수기임에도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신원의 남성복 브랜드 '지이크 파렌하이트'는 이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나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의 남성 정장은 지난 5월(2.5% 증가)부터 3개월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신사복 매출이 지난달 -6.4%였지만 이달 들어 2.4%로 반전됐다. 특히 명품(6월 37.2%→7월 57.3%)과 주얼리(32.0%→63.1%) 매출 신장률은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신세계 관계자는 "판매가 부진했던 100만원 이상 고가 제품 매출이 늘었고 구매 고객도 전년 대비 4%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래시장은 여전히 부진의 골이 깊다. 노춘호 수유시장상인조합 회장은 "날씨 영향도 있지만 서민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상인들 매출이 지난해보다 20~30% 정도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곽성신 우림시장 상인은 "경기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것은 아니고 시간이 좀 더 지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김정은/안상미/강유현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