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보다 싸다? 오버한 옥션

특가상품 42개 가격 비교…진라면 등 11개 오히려 비싸
"마트를 안 거치면 가격이 내려가는 법.마트 대신 옥션!"

옥션이 지난 4월부터 진행해온 이 광고 카피를 본 소비자들은 대부분 '옥션 상품이 대형마트보다 싸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옥션의 일부 상품은 오히려 대형마트보다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한국경제신문이 옥션의 특가상품 코너인 '마트 대신 옥션'에 올라 있는 185개 상품 중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와 제품 · 용량이 동일한 가공식품,생활용품 등 42개 상품 가격을 비교한 결과 11개 상품의 판매가격이 대형마트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농심 너구리(120g)는 옥션에서 개당 650원인 반면 마트 3사에선 640원이었다. 오뚜기 진라면(120g)도 옥션 가격(645원)이 마트 3사(596원)보다 8.2%(49원) 높았다. 옥시 에어컨 청소 하마 스프레이(420㎖)는 할인쿠폰을 적용해도 3950원(판매가 4200원)으로 이마트의 3550원보다 400원(11.3%) 비쌌다. 또 이마트에서 묶음상품으로 5370원인 포스트 콘프라이트+오곡코코볼이 옥션에선 쿠폰가격으로도 6550원이어서 1180원(22.0%)이나 비쌌다. 이 밖에 오리온 초코파이,농심 신라면 등 7개 상품은 쿠폰가격은 대형마트보다 낮지만 판매가격이 더 높았고,홈매트 리퀴드 코드용품+리필제품은 쿠폰가격이 대형마트와 같았다.

옥션 광고를 '유통단계가 줄어 마트보다 싸다'는 뜻으로 이해한 소비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창원에 사는 이모씨(32 · 여)는 "광고에선 옥션 물건이 마트보다 싸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허위광고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옥션 관계자는 "광고는 모든 제품이 언제나 싸다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마트보다 저렴하다는 뜻"이라며 "100% 보증한다는 내용이었다면 광고심의에서 허가가 났겠느냐"고 해명했다. 현행 광고심의 규정에선 광고 문구에 '완전''전부''100%' 등의 문구를 삽입하지 않으면 과장 광고로 분류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형마트들은 옥션의 광고 카피가 문제라고 비난하고 있다. 한 마트 관계자는 "물건 가격을 같거나 비싸게 받으면서 마트를 거치지 않아 저렴하다는 카피를 지속적으로 내세워 문제"라며 "대형마트와 경쟁하려고 시빗거리를 만들다 보니 이렇게 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옥션 입점을 추진했던 홈플러스는 지난 4월 옥션 광고가 방송되자 입점 계획을 철회했고 롯데마트만 이달부터 옥션에 입점한 상태다.

정순희 이화여대 교수(소비자학과)는 "'모든 제품에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시하지 않는 한 소비자들이 옥션의 모든 제품이 마트보다 가격이 싸다고 오해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마트보다 비싼 상품을 싼 줄 알고 구매하게 된다면 결국 광고가 소비자를 기만한 셈"이라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