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깊어가는 정부의 환율 고민

현승윤 금융팀장 nhyunsy@hankyung.com
지난달 중순 1300원을 넘어섰던 원 · 달러 환율이 다시 내려가기 시작해 어느새 1200원선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기세라면 8월 중에 원 · 달러 환율이 110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만수 전임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직에 계속 있었더라면 최근 환율 하락에 대해 어떤 정책을 내놓았을까요. 틀림없이 외환시장에 개입했을 것입니다. 지금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떨까요. 별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윤 장관 역시 수출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유지돼야 하고 경상수지가 균형 또는 흑자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하는 스타일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강 전임 장관은 "환율은 국가주권의 문제"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며 시장 개입의 필요성을 역설할 가능성이 큰 반면 윤 장관은 소리소문 없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공산이 큽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시중의 외화유동성을 이미 흡수하고 있습니다. 은행에 빌려준 돈을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외환보유액을 대거 늘렸습니다. 외화자금을 갚아야 하는 은행들은 시장에서 달러를 구해야 하기 때문에 원 · 달러환율 하락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문제는 한국은행이 푼 외화를 거의 다 회수했기 때문에 앞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려면 직접 매입하는 방법 이외에는 환율을 방어할 만한 수단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은행이 원화를 풀거나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외화를 빨아들이면 반대급부로 원화가 시중에 흘러나오게 됩니다. 이 돈이 부동산과 주식으로 흘러들어가 자산가격 상승을 야기하게 됩니다.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 환율 하락을 방치하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 키코(통화옵션상품)사태로 인해 은행들이 환율과 관련된 파생금융상품을 거의 취급하지 않고 있어 기업들은 환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습니다. 환율을 방어하면 시중유동성이 더 늘어나게 되고,환율을 방치하면 기업들이 고사당할 수 있는 진퇴양난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최근 실물경기가 회복되고 자산가격도 좋아지고 있지만 정부의 고민은 오히려 더 깊어지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