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매니지먼트] 상품수 줄여라… '더하기 아닌 빼기'가 수익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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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 Insight- 불황기 기업 전략글로벌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전사적인 혁신운동은 기본이다. 또 새로운 상품을 개발,틈새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는 기업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새로운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다채로운 마케팅 행사를 펼치는 곳도 있다. 기업 구성원 전체가 위기 이전보다 훨씬 분주하고 부지런하게 움직인다.
새 고객보다 단골에 투자…긍정적 입소문이 '최고광고'
'똑똑한 불평분자' 하위 20% 없애야 생산성 향상
하지만 실제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업은 의외로 많지 않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베인앤컴퍼니의 이성용 대표는 최근 제주도에서 열린 전경련 하계포럼 특별강연을 통해 불경기에는 '더하기'가 아닌 '빼기' 전략이 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판매 상품의 종류를 늘리기보다 반대로 이를 줄여 상품 관리 비용을 아끼고,새로운 고객을 찾는 대신 단골들에게 더 신경을 쓰는 편이 낫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전사적인 혁신 활동과 관련해서도 회사의 수익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업무와 조직을 찾아 없애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으면 뚜렷한 효과를 보기 힘들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의 강연 내용을 정리했다.
◆다양한 제품군이 혁신을 가로막는다
불경기 때 연구개발(R&D) 파트 직원들은 열과 성을 다해 위기 이전보다 많은 신제품을 만들어낸다. 보다 많은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는 게 회사를 구하는 일이라고 판단해서다. 기업 CEO들 중 상당수도 이 같은 R&D 부서 직원들의 생각에 동의하고 '상품 포트폴리오 다양화'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상품이 꼭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품의 생산,관리,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이 복잡해지면서 회사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동반 상승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제품을 판매 리스트에 하나 더 추가하는 순간 비용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무릎'이 어디인지를 파악해 그 범위 내에서 상품의 종류를 통제하는 게 수익성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유통업에서는 '선택과 집중'의 효과가 더 크다. 영국의 한 식료품 업체는 제품의 가짓수를 줄이고 회전율이 높은 소수의 상품을 집중 제공하는 방법으로 매출을 늘렸다. 주력 제품의 가격을 할인했지만 재고가 줄며 마케팅에 소요된 비용을 충당하고도 남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같은 원리는 직원들이 맡고 있는 업무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수익성 창출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일들은 아예 없애는 편이 낫다는 뜻이다. 영국 에너지 기업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대대적인 조직 단순화 작업을 통해 20%가 넘는 영업이익률 개선 효과를 봤다. 동시에 한 부서가 만들어내는 보고서를 40%가량 줄일 수 있다는 점도 발견했다. 광고나 마케팅을 통해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략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10년 전과 비교해 유사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동일한 광고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적게는 5배,많게는 7배의 비용을 들여야 한다. 이 비용 중 일부만 단골들에게 투자해도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입소문이 유발돼 광고 이상의 효과가 나온다.
◆기업을 좀먹는 20%를 들어내라
불황이 찾아오면 직원들의 생산성은 어떻게 될까. 기업 구성원들이 위기의식을 갖게 되는 만큼 향상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실제 조사 결과는 정반대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하부 조직은 위험을 최대한 피하려는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보통 1주일이 걸리던 의사결정이 불황기에는 2주일 이상 소요된다. 회의를 위한 회의가 일상이 된다. 실천 없이 말만 앞세우는 '나토(NATO · No Action Talk Only)' 현상도 만연해진다. 자연히 생산성도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선 조직과 직원 개개인이 맡고 있는 업무가 무엇이며 이들의 역량은 어떠한지를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대개 기업의 조직은 '20-40-20-20'의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상위 20%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인재들이다. 이들은 업무 성과에 비례하는 충분한 인센티브가 보장되면 지속적으로 현재와 같은 성과를 낸다. 그 다음 40%는 각각 평균적인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직원들이다. 이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해법은 작업의 표준화와 간결화다.
그 다음 20%는 부가가치가 낮은 부류다. 이들은 최대한 상사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기계적인 일만 처리한다. 이 같은 부류를 다루는 방법은 이들이 처리하는 업무를 대폭 축소하거나 없애는 것이다. 하위 20%에 위치하는 가장 위험한 직원들은 '똑똑한 불평분자'다. 이들은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다른 동료 직원들이 만든 가치를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을 찾아내 제거하는 일만 성공해도 조직의 생산성이 괄목할 만하게 향상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