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골디락스 증시'의 조건

증시가 서머랠리를 만끽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빠른 경기회복을 타고 올 최고치를 연일 경신,1600선에 육박하며 1년 전 수준을 회복했다.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서도 돋보이는 상승세다. 주요 기업들은 실적호전에 힘입어 사상 최고 주가를 구가하고 있고 주식형펀드에서는 투자원금을 2배로 키운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지수가 2064로 최고점이었던 2007년 10월 말에 가입했던 적립식 펀드도 이젠 수익률이 플러스로 올라서 투자자들은 한 시름을 덜었다.

주가 상승의 원인은 저금리 정책에 따른 유동성 확대와 기업들의 실적회복에 있다. 여기에 외국인들은 올 들어 주식을 18조원 이상 사들여 강세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을 오히려 높이고 있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부실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는 은행 등 금융주를 중심으로 사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가상승 등을 동반하지 않고 회복되는 지금의 증시를 '골디락스 장세'라고 부른다. 골디락스란 숲속을 모험하던 소녀가 한 오두막집에 들어가 곰이 차려놓은 음식 가운데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의 수프를 먹고 기뻐했다는 영국 전래동화에서 나온 말이다.

증시가 앞으로 안정적인 상승 내지 회복세를 이어가려면 몇 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신중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정책당국의 입장에선 글로벌 금융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풀었던 유동성을 회수하는 출구전략을 미리 마련해둬야 하는 상황이지만,아직은 이를 시행할 시기가 아니라는 게 시장의 분위기다. 경기회복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섣불리 금리인상 등의 조치를 취할 경우 자칫 상승무드를 타고 있는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출구전략은 금리인상이 골자인 만큼 채권시장에는 더 크고 민감한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변수가 많은 상황이므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현재 보류상태인 금융주의 공매도 재개 여부도 서두를 일은 아니다. 지난 6월 비금융주의 공매도 허용에 따른 부작용이 아직은 별로 없는 상황이지만 금융주 공매도는 투자자가 워낙 많은 만큼 시장에 상당한 부담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증시는 외국인 동향이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원 · 달러 환율 하락 등으로 이들의 매수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단기 투자성향이 강한 헤지펀드의 경우 일단 차익을 올리려고 매도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외국인들은 현재 증시에서 유일하게 주식을 사고 있기 때문에 한번 매도 쪽으로 행보를 바꾸면 증시에 상당한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환율이 지금은 하락과정이지만 앞으로 계속 떨어질 수는 없는 만큼 언제든 하락세가 멈추는 시점이 되면 외국인들로선 환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게 돼 주식을 팔아 원화를 보유하려는 유혹을 갖기 십상이다. 이에 따라 일반 투자자들도 이 같은 상황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주가가 더 오른다는 예상이 많지만 현재 보유한 종목을 언제 처분할지 등에 대해 개인적인 '출구전략'을 미리 마련해둬야 할 것이다.

손희식 증권부 차장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