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불법점거 77일'이 남긴 것

쌍용차 사태 정당한 법집행 못해, 시민이 나서 불법 폭력 꾸짖어야
쌍용차 사태가 일부 노조원들의 불법 점거농성 77일 만에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 뒤늦었지만 다행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국민들이 모든 걱정을 내려놓기에는 그동안 사태의 성격이 너무 심각했다. TV화면에 비쳐지던 전쟁터 같은 농성 현장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마치 반군이라도 된 듯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근로자들이 법원의 판결을 집행하는 경찰에 사제총을 쏘고 화염병을 던졌다. 경찰을 정당한 국가의 법집행자로 인정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행동이었다.

경찰의 사명을 생각해 보라.법을 집행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다. 법원 판결의 집행에 맞서는 사람들에게는 물리적인 힘이 비록 바람직하진 않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하지만 정당한 법집행도 단순한 폭력과 다를 것 없이 간주해버리는 일부 여론 앞에 경찰도 제대로 법을 집행할 수 없었다. 법 질서와 사법부 권위 그리고 경찰의 법 집행력이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채권단과 나머지 임직원들도 피가 마를 지경이었을 게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차의 가치를 만들어 온 모든 기반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 판매망과 AS망,부품조달망 등은 이미 상당 부분 와해 단계에 들어갔다. 무엇보다도 쌍용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와 이미지,즉 브랜드 가치가 흩어져갔다. 하루라도 빨리 사태를 끝내고 새 출발을 하고 싶은 것이 그들의 당연한 바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다 보니 법원의 집행명령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 대신 불법 점거자들과 사용자 측이 다시 '타협'을 하기에 이르렀다. 강박에 의한 계약은 무효라는 민법의 기본 원칙도 무시되는 것이 불법 파업과 불법 점거의 실정인 것이다.

이번 사태는 경찰과 노조원들 사이의 집단 난투극이 아니었다. 이 나라의 법을 집행하는 공적인 행위와 그 법을 부정하는 집단 간의 대립이었다. 그런데도 많은 국민들이 먼 산 불구경하듯 그것을 바라봤다. 조금 신경을 쓴다는 사람들은 양비론을 펴기 일쑤였다. '노조원도 문제지만,경찰도 너무 심한 것 아니냐'라는 식의 반응들을 보이곤 했다. 언론 매체는 더 무책임했다. TV에서는 마치 스포츠 경기 중계하듯 불법 점거 현장을 보여주었다. 어쩌면 시청률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구경거리로 봤는지도 모르겠다. 좌파 언론에서는 오히려 불법 점거자들의 편을 들고 나섰다. 어디에도 법원의 영장 집행이 좌절됐다는,법 질서의 붕괴를 심각하게 다룬 곳은 없었다.

어린이 유괴 사건이 보도됐다면 이렇게 바라보고 있었을까. 정상적인 시청자라면 누구든 분노와 흥분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쌍용차 사태는 유괴사건 못지않게 위중했다. 집단 폭력 점거 사태는 전염성이 매우 높다. 가만히 뒀다가는 폭력이 퍼져나가 산업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 수도 있다.

진통 끝에 해결의 가닥을 잡았지만 그 후유증은 오래갈 것이다. 이제 시민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법질서를 세우는 일은 경찰만으로는 안 된다. 시민들이 경찰의 정당한 법집행을 지지해줘야 경찰도 제대로 사명을 다할 수 있다. 시민들이 나서 경찰의 정당한 법집행을 지지해주자.편지와 이메일로 그들을 격려해주자.법을 어기는 사람들에게는 사회적 비난이 가해져야 한다. 불법 점거자들이 저토록 당당하고,강경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그렇게 해도 국민들이 인정해주고 동정해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시민들이 일어나서 불법점거에 대해 야단도 치고 반대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불법시위와 점거농성에 대해 비판적인 시민의식이 성숙해야 비로소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올라설 수 있다. 그렇게 한다면 이번 사태가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