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상처뿐인 타결'] 77일 점거가 남긴 '9가지 상처'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 대한 불법 점거사태가 마무리됐지만 상처는 상당히 깊다. 쌍용차에 기대온 주요 협력업체들이 도산했고,소비자들은 등을 돌렸다. 직원들 간 갈등의 골은 쉽게 치유되기도 어렵다. 77일간의 장기 점거사태가 가져온 상처를 돌아봤다.

①공장 황폐화=노사 대치 과정에서 상당수 공장시설이 훼손됐다. 노조가 경찰 진입을 막기 위해 철제 방어막을 친 데다 내부 곳곳을 용접해 버렸기 때문이다. 단전 상태인 도장공장에 전기를 다시 공급하더라도 페인트 등이 상당 부분 훼손됐을 가능성이 높다. 사측은 정리정돈 및 복구에 최소 2주, 최장 3주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말이나 돼야 생산 재개가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②운영자금 '바닥'=당장 공장을 돌릴 돈도 남아 있지 않다. 임직원 월급도 4개월째 밀려 있는 상태다. 노조의 점거농성 기간 중 생산차질 대수는 1만6800여대,매출 손실액은 3600여억원에 달했다. 쌍용차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신규 대출을 받겠다는 입장이지만,산은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③협력업체 붕괴=부품 협력업체들의 붕괴 도미노가 이미 시작됐다. 쌍용차의 1 · 2차 협력업체 250여곳 중 20~30곳이 이미 파산했거나 파산신청을 준비 중이다. 완성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 2만여개 중 단 1개만 공급 차질을 빚어도 생산라인을 세워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④망가진 딜러망=쌍용차는 지난달 국내외에서 단 71대만을 판매했다. 본사 지원 없이 판매 수수료에만 의존하는 전국 140개 영업점은 고사 직전이다. 한때 4000여명에 달했던 영업직 중 500여명만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요 딜러조직이었던 아주모터스는 쌍용차와 결별하고 GM대우자동차와 손을 잡았다. ⑤갈등의 골=장기간 대치했던 동료들 사이의 마음의 벽을 허물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쌍용차 내부에선 "적을 대하듯 볼트 새총을 쏘고 화염병을 던진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일할 수 있겠느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⑥소비자 외면=쌍용차를 선호했던 소비자 입장에선 노조가 공장 문을 걸어잠그고 장기 불법농성을 벌였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다. '쌍용차=강성 노조'란 인식을 어떻게 불식시키느냐가 향후 판매 확대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⑦중고차값 급락=쌍용차에 대한 파산 우려가 커지면서 중고차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농성 기간 중 렉스턴 중고차값은 50만~100만원,체어맨 중고차값은 100만~150만원씩 일제히 하락했다. 총 108만여명에 달하는 쌍용차 소유주들은 원치 않던 자산가치 하락을 경험하게 됐다. ⑧지역경제 파탄=평택경제의 15%를 차지하는 쌍용차의 가동이 멈춤으로써 평택경제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평택공장이 위치하고 있는 칠괴동 주변 상가는 물론 중심 상업지역도 모두 매출급감에 시달렸다. 일부 상가는 아예 문을 닫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상가 임대료도 하락했다. 점포매물도 급증했다. 일부 자영업자는 점포를 팔아치우고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도 했다. 협력업체들의 어려움까지 가세함으로써 평택주변 지역의 경제도 상당히 피해를 봤다.

⑨한국 브랜드 훼손=AP통신 등 외신들은 화염병을 던지거나 다연발 사제총을 사용하는 노조원들의 모습을 전 세계에 생생하게 전달했다. 금속노조 및 쌍용차 지부 역시 각국 노조나 인권단체에 협조문을 발송,국가 이미지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