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사이드] 프랜차이즈 스타‥23년 맨유에 뼈를 묻은 남자, 긱스

'원더보이' 마이클 오언이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로 옮길 때 가장 예민한 반응을 보인 이들은 리버풀 팬이었다. 1991년 리버풀 청소년팀에서 축구를 시작한 그는 1996년부터 8시즌 동안 리버풀에서 158골(297경기)을 넣고 UEFA컵을 비롯해 7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등 팀의 간판인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다. 그가 2005년에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고 이후 뉴캐슬로 옮겼지만 리버풀 팬들은 친정으로 돌아와 '전설'로 남길 바랐다.

프랜차이즈는 지역 연고를 뜻해 해당 지역 출신 스타 플레이어를 '프랜차이즈 스타'로 부르지만 보통 한 팀에서 10년 안팎을 뛴 간판스타를 통칭한다. 사실 한 곳에서 10년을 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실력과 체력에서 떨어지면 2군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데다 구단과의 불화 등으로 팀을 떠나기도 한다. 프로 선수여서 더 많은 연봉을 주는 구단이 나오면 언제든 둥지를 옮겨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냉혹한 세계에서도 한 팀에서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뛰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적지 않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유의 '정신적 지주' 라이언 긱스(사진)가 대표적이다. 1987년 맨유 유소년팀에 입단했던 그는 1990~1991 시즌부터 1군에서 뛰는 등 23년 동안 맨유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주장인 라울 곤잘레스도 15년 동안 한 팀에서 충성을 다했다. 그는 504경기에서 팀내 최다 골인 308골을 넣었다. 프란체스코 토티는 AS로마에서 16년간 뛰었고,이탈리아 '빗장 수비'의 핵이었던 파올로 말디니는 25년 동안 AC밀란 유니폼을 입다가 올해 은퇴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도 '붙박이' 선수가 많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치퍼 존스는 1990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뽑힌 이후 16년째 팀의 간판으로 활약하고 있다. 매년 막강한 자금력으로 스토브 리그를 달구는 뉴욕 양키스도 3명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보유하고 있다. 아메리칸리그 올스타 최다 득표를 기록한 데릭 지터,최근 메이저리그 사상 두 번째로 통산 500세이브를 달성한 마리아노 리베라,'안방 마님'으로 불리는 포수 호르헤 포사가 주인공이다. 이들 모두 1995년 양키스에 입단해 14년 동안 한솥밥을 먹고 있다.

프로 스포츠 30년을 바라보는 국내에도 특정 팀과 땔 수 없는 스타들이 꽤 있다. 최근 '제2의 전성기'를 구가 중인 이종범은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에서의 4년을 제외하고 1993년부터 줄곧 기아 타이거즈의 아이콘이다. '회장님' 송진우는 한화에서 20년간 프로야구 역대 최다 투구인 3000이닝을 던졌다. 프로축구에서는 최은성이 13년 동안 대전 시티즌의 골문을 지켰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