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어진 '인도 가는 길'… 은행들 진출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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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PA로 쿼터 10개 확보… 우리·신한 등 지점신설 검토시중은행들이 12억 인구를 갖고 있는 인도로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7일 체결된 한국과 인도의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에 따라 국내 은행들이 내년부터 4년 동안 인도에 지점 10개를 설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인도에 지점을 두고 있는 국내 은행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9일 "인도에서는 1년에 두 곳 정도의 외국계 은행만이 지점 신설 허가가 나는데 우리나라 은행의 경우 CEPA에 따라 인도 금융당국이 4년에 10개의 지점을 설치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CEPA 체결에 맞춰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우리은행이다. 뉴델리에 사무소를 운영 중인 우리은행은 금융당국과의 조율을 거쳐 이른 시일 내에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뉴델리에 지점을 설치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이미 인도에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상대로 영업을 한다면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다"며 "앞으로 2~3년 후 인도경제가 발전할 것을 고려하면 지금 진출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뉴델리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도 이를 지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지점 전환 시점을 두고 내부적으로 계속해서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신한은행은 기존의 두 지점(뉴델리,뭄바이) 외에 첸나이에 세 번째 지점을 설치하기 위해 지난해 인도중앙은행에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미 지점이 두 개나 있기 때문에 승인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CEPA가 체결된 만큼 그동안 부정적이었던 인도 정부 입장이 긍정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는 외국 은행의 대출한도 투입 자본금을 15%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본점 자본금 기준이 아닌 지점 자본금 기준이다. 미국이나 유럽계 은행처럼 막대한 자본금을 투입하기 어려운 국내 은행 입장에서는 규모의 경제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CEPA 협상시 금융규제 완화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으나 자국 금융산업을 보호하려는 인도의 의지가 강경해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인도 정부가 금융부문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해 인도 국내법을 존중해 주는 쪽에서 협상을 매듭 지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국내 금융당국이 인도 진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올 들어 시중은행들의 해외지점 설립인가 신청이 전무하다며 공식적으로 신청이 들어오면 리스크 요인 등을 따져 개별적으로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정부 보증 없이 외화조달이 어려웠던 국내 은행들이 상황이 조금 호전됐다고 해서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재개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빠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이심기/유창재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