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앞으론 화학ㆍ운수창고에 타깃 맞출듯

●과거 순매수 기간에 사들인 종목보니…
저평가 우량 대형주 선제 매수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 행진이 줄기차게 지속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주말까지 18일 연속 매수하며 모두 6조609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1998년 3월3일까지 34일 연속 순매수를 보인 이후 11년여 만의 최장 기록이다. 이번 강세장을 외국인이 주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들의 매수세가 얼마나 계속될지,또 어떤 종목을 사들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기 투자 성향 강해

외국인의 매수 강도는 지난 5일 이후 다소 누그러지긴 했지만 순매수 기조 자체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원 · 달러 환율이 아직 1220원대여서 원화 강세 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인 데다 한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기 때문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역사적으로 세계 경기 회복 초기에 코스피지수가 강하게 올랐다는 학습효과와 대표 기업들의 양호한 실적 전망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순매수 전략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다만 "지난 7월과 같은 공격적인 매수세는 기대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한국증시에 들어온 외국인의 투자 성향은 이들의 '바이 코리아'가 이어질 것임을 보여주는 유력한 근거로 꼽힌다.

권혁세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중장기 투자 성격이 강한 미국계 펀드의 자금 유입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외국인의 주식매매 회전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 장기 투자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외국인 보유 주식의 시가총액 비중이 상승하고 있지만 과거 증시 호황기보다는 여전히 낮은 상태여서 주식 매입 여력은 더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저평가된 대형주에 베팅

외국인의 이번 주식 매수 패턴은 과거보다 대형 수출주와 저평가된 중대형주에 더 집중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외국인의 매수 종목에는 미세한 변화가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정보기술(IT) · 자동차주의 경우 주가 급등으로 부담이 커지면서 실적 개선 모멘텀이 어느 정도 소진됐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이익개선폭이 두드러지지만 외국인 보유 비중이 낮은 화학 · 운수창고 업종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박승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앞으로 계속 산다면 1년 전보다 보유 비중이 낮고 이익모멘텀이 양호한 업종이 타깃이 될 것"이라며 "화학 · 운수창고 · 종이 목재 등이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대표적인 업종"이라고 평가했다.

저평가된 우량 대형주를 선제적으로 매입하는 것은 외국인의 과거 패턴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외국인은 특정 업종과 종목을 짓누르던 악재가 거의 소멸돼가는 시점에선 선제적으로 과감하게 해당 주식을 사들이는 특징을 보였다는 것이다.

2000년 이후 외국인이 17일 이상 주식을 매수한 것은 △2000년 (8월7~30일) △2003년(5월28일~6월20일) △2004년(2003년 12월30일~2004년 1월28일) △2009년(7월15일~8월7일) 등 네 차례뿐이다.

이번 강세장에서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은 업종 대표주를 비롯한 대형주들로 채워졌다.

IT 간판주인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까지 한번도 빠지지 않고 순매수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또 자동차 금융 통신 업종을 대표하는 현대차 SK텔레콤 KB금융 등도 거의 매번 포함됐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외국인은 간판 대형주를 선호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속에서도 시장 상황에 따라 저평가된 대형주를 선제적으로 사들였던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2000년 8월의 경우 삼성전자 LG전자뿐 아니라 현대전자 삼보컴퓨터 등 IT 종목이 집중 조명을 받았다. 당시는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시작된 'IT 버블'이 붕괴하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종목들이 장기간 하락세를 나타내던 상황이었지만 외국인은 IT주의 반등 여력이 클 것으로 보고 집중 매수에 들어간 것이다. 이번에 금융주가 약진하는 것도 이와 같은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KB금융과 신한지주가 10위권에 든 것은 글로벌 신용경색 여파로 금융주들의 저평가가 과도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는 과거 카드채 사태로 홍역을 겪었던 2003년 당시에 외국인이 국민은행과 LG카드를 대거 사들였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