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Hi! CEO] 화수분 혹은 지뢰…'진실의 순간'을 찾아라

'진실의 순간(MOT:Moment Of Truth)'은 스페인의 마케팅 이론가인 리처드 노먼 교수가 주창한 경영 개념이다. 투우 경기에서 따왔다. 투우사가 이리저리 황소를 약올리며 힘을 뺀 뒤 마지막으로 황소 정수리에 칼을 찌르는 그 찰나가 바로 진실의 순간이다. 이때 황소를 한 번에 절명시키면 그날의 투우가 완성되는 것이지만 실패하면 투우사는 은퇴를 각오해야 한다. 성공과 실패가 바로 이 순간에 갈린다.

회사에도 진실의 순간이 있다. 고객이 회사를 만나는 처음 15초가 그것이다. 이때만 잘해도 고객의 마음을 평생토록 잡을 수 있다. 문제는 업종마다 회사마다 부서마다 진실의 순간이 다르다는 것이다. 경영자가 세심하게 관찰해 찾아내고 회사 내의 상식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고객이 회사를 처음 만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안내 데스크로 다가갈 때,주차 티켓을 뽑을 때,엘리베이터에 막 들어섰을 때,또는 닫힌 유리문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할 때…. 이런 것들이 대표적인 진실의 순간이다. 또 영업사원이 고객사 간부를 처음 만날 때,사장이 상대방 회사 임원과 만나 명함을 교환할 때,IR(기업설명회) 담당자가 행사장에 들어설 때도 마찬가지다. 경쟁입찰 같은 경우에는 발표자가 띄워 놓은 발표 자료 첫 화면을 심사위원들이 보고 있을 때,발표자가 웃으며 첫마디를 꺼낼 때가 비즈니스 성패를 결정짓는 진실의 순간인 것이다. 1980년대 이 개념을 활용해 스칸디나비아항공을 회생시킨 얀 칼슨은 "고객이 기내식 식반을 받아드는 그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며 식반 닦는 직원까지 이 혁신운동에 동참시킬 정도였다.

진실의 순간은 잘 활용하면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요, 소홀히 다루면 지뢰가 된다. 적잖은 회사가 고객과의 첫 만남을 길거리 행사요원이나 아르바이트 텔레마케터들에게 맡기고 있는데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할 뿐이다. 열대야에 잠이 안 오면 이 화두를 잡고 고민해보시라."우리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진실의 순간은 과연 무엇인가?"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