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수 3조7000억 찾기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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黨 "소득·법인세 인하분 메울 방안 갖고와라" 요구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전화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지만 이미 예고한 내년도 법인 · 소득세 인하를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한나라당과 합의했다. 지난 7일의 당정회의 결과였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단서조항이 하나 있었다.
고소득자 과표 양성화 등 단골메뉴外 대안 없어 고심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11일 "법인세 · 소득세 인하를 그대로 추진하기위해서는 그로인해 구멍나는 세수를 벌충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 가져온다는 전제조건이 있었다"고 공개했다. 그 돈은 대략 3조7000억원. 이만큼을 어디서 벌충할지가 윤증현 재정부 장관에게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정부,숨어있는 세원 찾아라
정부가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은 △고소득자 과표 양성화 △비과세 · 감면 정비 △인건비 · 경상비 절감 등이다. 고소득자 과표 양성화는 의사 ·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탈세를 막아 과세를 투명하게 하겠다는 것으로 청와대의 '친서민 정책 기조'와도 맞아떨어질 뿐 아니라 상당한 세수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쪽 반응은 신통치 않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고소득자 과표 양성화는 과거에도 수차례 내놓았던 단골메뉴인데다 매우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벌충안으로서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비과세 · 감면 정비의 경우 정부는 고소득자와 대기업 위주로 축소를 추진 중이지만 사실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제외하고는 마땅히 세수 감소를 벌충할 만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 인건비 · 경상비 절감도 주로 공무원과 공기업 종사자 임금을 손질해 부족한 세수를 메운다는 생각에서 나왔지만 세수확보 효과가 크지 않다.
여당 일각에서 의원입법 형태로 선물 · 옵션 등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 부과,고가의 골프장이나 리조트 회원권에 대한 보유세 부과 등을 검토 중이지만 이에 대해선 정부가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 등은 시장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만만치 않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며 "올해 세제개편안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재로선 정부가 법인세 · 소득세 인하에 따른 3조7000억원의 세수 감소분을 벌충할 대안을 마련한다는 게 녹록지 않은 상태다. 경우에 따라선 올해 세제개편안의 핵심인 법인세 · 소득세 인하도 유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당 · 정간 치열한 줄다리기
정부는 오는 26일 2009년 세제개편안을 확정,발표한 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따라서 그 전에 한나라당과 대략적인 의견조율을 끝마쳐야 한다. 그래야 정기국회 회기내 상임위에서 야당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일 수 있다. 하지만 감세 기조에 대해서는 물론 구체적인 세목에 대해서도 당 · 정 간 의견 차이가 분명해 향후 남은 보름간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의 골격을 △감세 기조 유지 △중산층 및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 강화 △세수 감소에 대비한 추가 세원 확보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세제지원 등으로 잡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그러나 정부의 감세 기조에 대해서부터 반발이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지난 7일 당정회의에서 50명의 참석 의원 중 두 명이 공개발언을 통해 감세안 유보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나머지 침묵을 지킨 의원들 중에서도 정부안에 찬성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세목에 대해서도 당 · 정 간 의견 일치가 쉽지 않다.
정부가 추진하려다 당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된 술 · 담배세의 경우도 정부는 적어도 담배에 대해서만큼은 과세를 추진 중이지만 여당은 꿈쩍도 않고 있다. 다주택 전세임대소득세 부과도 이중 과세 논란 때문에 아직 최종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저효율 가전제품에 대한 개별소비세 부과도 세부 품목에 대해선 여전히 논의 중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