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센트미하이 교수 "뜨겁게 몰입하라…당신의 조직이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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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시정 국제컨퍼런스' 참석차 방한 칙센트미하이 교수'긍정심리학'의 대가인 미국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75 · 클레어몬트대학 피터드러커경영대학원)가 한국에 왔다. 12일 열린'2009 서울 창의시정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하는 순간 물 흐르듯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플로(flow)'의 개념을 제시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인물.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몰입이야말로 창조를 완성하는 원동력이며 전문지식과 창의적인 사고력을 갖춘 개인이 몰입할 때 창조성이 극대화된다"며 "개인적 성취를 넘어 '플로'가 전체 조직에 걸쳐 일어날 때 더욱 빛을 발하고 성공적인 조직으로 거듭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조직 구성원 전체를 업무에 몰입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분명한 목표를 제시하고 역할을 명확하게 분담해야 한다. 축구,농구 등 팀 단위로 진행되는 운동경기를 보면 모든 선수들이 몰입한 상태로 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운동선수들은 득점해 승리해야 한다는 목표를 정확하게 공유하고 있고,공격수든 수비수든 뚜렷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조직이 마찬가지다. 목표와 역할이 제대로 조율되면 창의성을 갖춘 성공 조직으로 태어난다. "
◆구성원들이 몰입해서 창조력을 발휘한다 해도 그 원동력을 조직이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통의 굴레에서 벗어나 창의력을 발휘하는 어떤 조직의 미덕이 전체 조직의 질서로 자리잡는 순간 융통성 없는 기존의 질서가 되고 마는 게 문제다. 유교가 그 한 예다. 중국 학자 로버트 에노에 따르면 노래하고 춤을 추면서 몸과 마음을 단련했던 노나라 젊은이들의 수양 과정이 유교의 시초다. 그런데 유교가 중국과 한국 등에서 주요 생활원칙으로 자리잡으면서 형식과 의식에 더 치우치는 모습을 보이게 됐다. 개인의 창의성을 독려해서 받아들이고 전체 조직에 적용하고 난 다음,이것이 또 하나의 경직된 규칙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 "
◆해결방법은 없을까.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럽 4위의 한 이탈리아 보험회사는 600~700년 역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든 직원이 열정적 · 창의적으로 신나게 일하고 있다. 직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새로운 생각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CEO의 필수 자질로 여기기 때문이다. "◆CEO나 구성원들이 다른 사람들과 대립하거나 실적 부진 등으로 혼란에 빠져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주변 환경이나 자기 자신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CEO든 팀원이든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판매가 부진할 경우 영업방식을 바꿔 실적을 올리거나,마케팅 방식의 문제점을 찾아내거나,극단적으로는 자신과 맞지 않는 업무를 떠나 사직하거나 해야 한다. 상황을 폭넓게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그 상황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다음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방식을 바꿀 힘이 자신에게 있음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의 '키 스쿨(Key School)' 설립자들은 아동교육에 헌신적인 교사 8명이었다. 체제의 제약 때문에 열정적으로 일하기 힘들다고 느낀 이들은 여러 해를 투자해 새로운 학교를 만들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처럼 몇몇 개인이 변혁의 주체가 될 수 있다. "
◆조직에 창의성이 고갈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무엇인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려면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 집중해야 한다. 기업 대부분은 잘못된 점을 찾아내 시정하는 일은 잘 하지만,이미 잘하고 있는 일을 개선하려는 노력에는 소홀하다. 조직의 장점을 찾아내 부각시키고 이를 조직 전체에 퍼뜨려야 창의성이 유지된다. "
◆장점을 조직 전체로 확산시켜야 한다면,한국 전체로 퍼뜨릴 만한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해 단언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 최첨단 기술에 집중해야 하는 때가 아닌가 싶다. 한국에서 내 연구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을 여럿 만났는데 일하는 방법이나 사고방식이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상당히 개방적이고 유연하다고 느꼈다. "
◆지금 한국에선 정치적 대립과 노사문제 등 사회갈등이 심한데 이런 상황이 창의성에 악영향을 미칠까. "창의성과 사회갈등은 상충되지 않는다. 르네상스의 중심지였던 중세 이탈리아의 피렌체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반대편이 모두 피렌체를 떠나야 할 정도로 사회적 갈등이 심각했다. 그런데 유의할 점이 있다. 적어도 피렌체의 사회갈등 중 빈부격차는 혁명 전 프랑스 사회나 옛 소련처럼 서로 융합될 수 없을 만큼 심화된 상황은 아니었다. 적어도 예술가들은 노력해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메디치 가문은 창의적인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격차는 있으되 사회계층이 융합될 수 있는 지역사회가 피렌체에 존재했다는 사실이 큰 차이다. "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