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마케팅·포스코 원가경쟁력' 위기서 빛났다

삼성전자 창조력·스피드 경영 뛰어나
삼성硏 "환율하락 등 환경악화 대비해야"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말 미국시장에서 소비자가 차를 산 지 1년 안에 실직하면 차량을 되사주겠다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Assurance Program)'을 도입했다. 판매 증대 효과는 없이 비용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올 들어 7월까지 현대 · 기아차는 미국에서 42만6986대를 팔아 일본 닛산을 제치고 판매순위 6위로 올라섰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2일 발표한 '위기에 빛난 기업의 교훈' 보고서에서 불황기를 뚫고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외 기업의 성공 비결을 분석했다.
◆글로벌 불황 속 한국 기업 선전

현대차의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은 언뜻 10년 전 이 회사가 미국시장에서 실시했던 '10년 · 10만마일 무상보증'을 연상시킨다. 동력장치가 고장났을 때 10년 · 10만마일까지는 무상으로 수리해 주는 서비스를 통해 현대차는 품질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판매량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켰다.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이 10년 · 10만마일 무상보증과 다른 점은 보증의 내용을 고장에서 실직으로 바꾼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불황기 소비자가 느끼는 실업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줌으로써 판매 증대 효과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포스코는 원가 경쟁력을 통해 수익성을 유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포스코는 고로의 단위면적당 쇳물생산량이 경쟁사의 1.5배에 달한다. 포스코는 높은 생산성 덕분에 세계적으로 철강 수요가 감소하고 철강재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 속에서도 전 세계 주요 철강기업 중 유일하게 2분기 흑자를 낼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시장을 선도하는 창조력과 스피드 경영이 강점으로 꼽혔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 새로운 개념의 휴대폰을 출시해 그간 '마의 벽'이라고 불리던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 20%를 돌파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풀터치스크린폰 등 고가폰 위주로 판매하고 신흥시장에서는 중저가폰을 중심으로 하는 제품 전략도 주효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종년 수석 연구원은 다만 "한국 기업의 실적은 환율 효과와 해외 경쟁사의 수세적 전략 등 외부 여건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며 "앞으로 닥칠 수 있는 경영 환경 악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스크 관리,중저가 상품 불황에 돋보여

해외 기업 중에서는 골드만삭스,패스트리테일링,네슬레,구글,P&G 등이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경쟁사 대비 월등한 실적을 낸 기업으로 꼽혔다.

골드만삭스는 위기에 앞선 선제적인 위험 관리가 강점으로 분석됐다. 김 수석연구원은 "골드만삭스는 리스크관리 부서의 독립성을 보장해 평소부터 철저하게 리스크를 관리한다"며 "금융위기가 발생하기에 앞서 서브프라임 관련 자산을 축소해 손실을 줄였다"고 말했다.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 충격을 최소화한 후 경쟁자가 움츠러들자 과감하게 투자함으로써 고수익을 실현했다는 것이다.

유니클로 브랜드로 유명한 일본의 의류회사 패스트리테일링은 상품기획과 디자인은 뉴욕과 도쿄의 디자인센터가 담당하고 생산은 인건비가 낮은 중국에서 하는 시스템을 통해 높은 품질과 낮은 가격을 동시에 달성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6.7% 증가한 매출을 올렸다.

이 밖에 네슬레는 저소득층을 겨냥한 중저가제품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고 P&G는 저수익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은 달 표면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구글 문',학술자료 검색에 특화된 '구글 스칼러' 등 새로운 검색 서비스를 끊임없이 개발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연구소는 위기에 빛난 기업이 주는 교훈으로 △원가 경쟁력이야말로 불황에 돋보인다 △기본에 충실한 리스크 관리로 충격을 최소화한다 △실속형 제품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한다 △불황형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고 정리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