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벤츠 더 뉴 GLK‥얌전한 호랑이가 도로를 질주하듯…힘좋고 잘 길들여진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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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더 뉴 GLK'는 도시 감성을 자극하는 스타일이다. 수직과 수평라인을 대담하게 가로 지르는 개성있는 모습이다. 고전적인 각진 디자인이 우선 눈에 들어왔다. 얼핏 투박해 보이기도 했다. 정면 라디에이터 그릴에 벤츠의 상징인 삼각별을 달아,멀리서도 한눈에'벤츠'임을 알게 했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도 멋스러웠다.
개방감을 높이기 위해 지붕에 파노라마 선루프를 얹었다. 버튼 한번만 누르면 끝까지 열거나 닫을 수 있다. 트렁크 역시 전동식이다. 위로 열리는 트렁크를 버튼을 눌러 개폐할 수 있는 방식이다. 짐을 싣고 내리기에 무척 편리했다. 2열 좌석을 접으니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2명이 탑승한 채 골프백 4~5개를 간단히 실을 수 있다. 2열을 접지 않은 트렁크 용량은 450ℓ인데 좌석을 접으니 1550ℓ로 3배 이상 넓어졌다.
이 차는 배기량 2143㏄짜리 직렬 4기통 신형 CDI 엔진 및 7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변속 충격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벤츠의 혁신적인 친환경 기술인 '블루 이피션시'를 국내 출시 모델 최초로 적용했다. 또 전체적으로 각진 디자인이지만 공기역학을 고려해 군데군데 곡선을 넣은 게 특이했다. 덕분에 안전성이 뛰어난 상시 4륜구동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공인연비 14.2㎞/ℓ 라는 놀라운 연비를 실현했다. 가장 엄격한 배기가스 기준인 '유로5'를 만족시키는 모델이다.
공기 저항을 많이 받는 SUV로선 드물게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달하는 시간)이 8.8초로 빠르다. 최고 출력 170마력(3200~4800rpm),최대 토크 40.8㎏ · m(1400~2800rpm)의 힘을 낸다. 최고 속도는 시속 205㎞/h다. GLK를 몰고 고속도로로 나갔다. 질주할 때는'얌전한 호랑이'를 연상케 했다. 힘이 충분하지만 잘 길들여진 덕분에 주인의 말을 잘 들었다.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바깥 바람소리의 차단장치도 뛰어나 풍절음이 적었다. 일반 SUV와 달리 배기음도 크지 않았다. 경유 엔진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진동이 거의 없었다.
GLK의 통합 커맨드 시스템은 오디오,블루투스,MP3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줬다. 다이얼 방식이어서 손쉽게 조작할 수 있었다. 차량 내부에 4기가 상당의 하드 디스크가 있어 500곡 이상 MP3 파일을 담을 수 있는 점도 눈에 띄었다.
능동형 조명장치(ALS)와 적응형 제동제어 장치(ABCS),어질리티 제어 서스펜션(ACS) 등으로 주행 성능과 함께 안정성을 강화한 점도 돋보였다. 다만 내비게이션은 불만스러운 부분이 눈에 띄었다. 한국인에 익숙한 터치스크린 방식이 아니라 리모컨으로 일일이 작동해야 했다. 또 5인승 모델인데,뒷좌석에 3명이 앉기엔 좁은 편이라는 점도 옥에 티였다. 가격은 5790만원(부가세 포함)이다. 벤츠의 SUV를 이만한 가격에 만날 수 있다는 건 상당한 행운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