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中음반ㆍ서적ㆍ영화시장 '족쇄'풀어라"

수입장벽 시정 요구…韓 반사이익 기대

세계무역기구(WTO)는 13일 미국의 제소와 관련，외국산 영화 및 서적 등에 대한 중국의 수입 규제는 국제적인 자유무역 규범을 위반한 것이라며 중국에 시정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 언론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분쟁에서 첫 승리를 거뒀다며 CD와 DVD,음악 다운로드,출판물 등의 시장 접근이 용이해질 것으로 평가했다.

WTO 분쟁조정위원회는 이날 중국의 현행 시청각 제품 수입 및 배포 체계가 국제무역 규정과 2001년 중국의 WTO 가입 조건들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특히 외국 업체들이 중국 내에서 잡지와 CD,비디오 등을 판매할 때 반드시 정부의 승인을 받거나 정부 소유의 회사를 통해서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공정하지 못하며,외국 업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적시했다.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WTO 결정 직후 성명을 내고 "이는 미국의 창의적인 산업에 있어서 의미 있는 승리"라며 "합법적인 미국 상품은 물론 상품 생산자와 배포자의 중국 시장 접근을 보장할 수 있는 중요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상무부는 항소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혀 불공정 관행 시정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한편 한국 영화는 이번 조치로 반사 이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중국 전역에 개봉돼 한국이 수익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영화들이 현재로선 거의 없지만 앞으로 크게 늘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2001년 WTO 가입 당시 수입쿼터를 20편으로 정하고 5년 후부터는 50편으로 늘리기로 약속했지만 그동안 시행을 미뤄왔다. WTO의 이번 조치에 따라 수입쿼터가 50편으로 늘어날 경우 할리우드 일색에 부담을 느낀 중국 정부가 한국 영화 수입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국음원제작자협회 김재환 법무팀장은 "중국 내 음반을 판매할 루트가 확대되고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 한국 음반산업에 호재"라고 밝혔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유재혁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