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태미 오버비 "된장찌개… 김밥… 20년 몸에 밴 서울 생활이 벌써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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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의 아시아 총괄 부회장태미 오버비 미국상공회의소 신임 아시아 총괄 부회장(전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대표 · 51)은 마음을 한국에 두고 몸만 워싱턴에 온 것 같았다. 한국 음식을 못 잊겠으며,서울식 사고방식을 털어내는 일도 쉽지 않을 듯하다고 걱정했다.
국회 난투극 등 한국에서 전해지는 우울한 소식엔 슬프다고도 했다. 한국 기업과 노조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은 여전했다. "한국산 디지털카메라를 안 쓰시네요"라는 그의 지적엔 뜨끔했다. 끝없는 '한국 사랑'의 징표다. 오버비 부회장은 21년간 한국생활을 마치고 지난 7월1일 워싱턴으로 돌아왔다. 새로 미국생활을 시작한 지 한 달여가 지난 그를 워싱턴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미국생활이 낯설지 않은지.
"그동안 한국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 어쩔 수 없는 향수랄까. 된장찌개와 김밥이 그립다. 서울에서는 아침으로 김밥을 사먹었는데 워싱턴 시내에선 찾아봐도 없다. "▼서울과 워싱턴을 비교한다면.
"서울에선 택시 운전기사에게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물어보면 금세 답변이 술술 나올 것이다. 자기 의견도 제시하고,이명박 대통령의 입장도 짚어주면서.워싱턴 택시 운전기사들은 글쎄다. 워싱턴에 도착하자마자 감기가 걸렸다. 병원을 예약하는 데 나흘이나 필요했다. 서울에선 당일 예약할 수 있다. 20년간 내 생활의 중심은 서울이었으나 이제 워싱턴으로 바뀌고 있다. 서울식이었던 내 사고방식도 바꿔야 할지 모르겠다. "
▼얼마전 한국 국회에선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폭력장면이 재현됐다.
"동영상을 봤다. 한복 입은 국회의원도 나오더라.무척 슬펐다. "
▼그런 일이 반복되는 한국이 실망스럽지 않나.
"한국에 여전히 신뢰를 보낸다. 한국은 국민들이 금을 팔아 외환위기를 극복한 나라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잘 뭉치나. 침묵하는 다수가 참지 못하면 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낙관적으로 본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촛불시위가 벌어졌을 때 대다수 한국인들은 너무했다고 생각했다. 화염병을 던지고,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사진은 한국의 이미지를 망쳐놓는다. 친구들한테 언론에 난 것으로만 한국을 판단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친구들의 반응이 어떠했나.
"지난해 여름이었다. 전경 몇 사람이 흥분한 시위대에 포위돼 쇠파이프로 맞는 사진을 봤다. 주한 미대사에게는 놀라지 말라고 했다. 많은 주한 외국대사들이 '이런 나라에 어떻게 투자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난 제발 오해하지 말라고 했다.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 얘기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겐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국의 극히 일부분이라고 설득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아직 '더 성숙해야(young)' 하는 민주주의다. 한국인들은 화날 때,기쁠 때 감정 표현이 강하다. 빨리빨리 일하길 좋아한다. 난 한국에서 민주주의 발전도 그렇게 빨라지길 바라고 있다. "
▼미 의회에서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 잘될 것 같나.
"우리는 한 · 미 FTA를 미래지향적이며,미국이 가장 잘 맺은 FTA로 본다. FTA의 '황금기준(골든스탠더드)'이라고 부른다. 비준되면 양국에 기회가 많다. 한 · 미 FTA 논의를 시작할 때 한국은 쌀,미국은 개성공단 등 모든 문제를 예외없이 협상테이블에 올렸다. 결국 미국은 쌀을 제외했다. 미국 농가의 불만이 대단했으나 미 정부가 한국 측의 정치적 부담을 이해해줬다. 한국의 쌀은 미국의 쇠고기와 같다. 미국에선 쇠고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양측이 체면을 살려주는 창의적인 해법이 있을 것이다. "
▼미 상공회의소 회원사들이 한 · 미 FTA 조속 비준을 위해 힘쓰는 것으로 안다.
"협의체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참여사가 500개를 넘는다. 씨티그룹 UPS 푸르덴셜파이낸셜 등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신문 오피니언란을 통해 미 의회에 비준을 촉구하고 있다. 또 한 · 미 FTA의 가치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초선 민주당 의원들을 찾아가 호소한다. 대다수 미국민은 무역 얘기가 나오면 불쾌해한다.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들의 이해를 돕도록 노력중이다. 20년 전처럼 앨라배마주의 미국 공장이 한국으로 옮겨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 · 미 FTA는 미국인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설명한다. "
▼지역 유권자들이 미 의원들을 설득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까.
"여러모로 궁리하고 있다. 미국엔 200만 한국 교포들이 있지만 조용하다. 그들도 미 의원에게 적극적으로 비준 촉구 편지를 쓰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본다. "
▼한덕수 주미 한국대사가 한 · 미 재계회의와 별개로 한 · 미 업종간협의체를 추진하고 있는데.
"요청이 오면 돕고 싶다. 최근 미 상공회의소에서 한 대사를 초청해 오찬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총리,경제부총리 출신인 그는 강한 인상을 줬다. 많은 회원사들이 "한 대사가 얘기한 걸 들었지"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한국에 투자의사를 가진 한 회원사가 한국의 자동차 배기량 기준이 문제가 있다고 제기하자 한 대사는 '그게 글로벌 스탠더드냐"고 물었다. 한국에만 있는 배기량 기준이라는 회원사의 말에 한 대사는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해야지 한국적인 기준은 안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론을 인용했다. "
▼다른 나라 주미대사들은 그렇지 않나.
"그렇게 빨리 응답을 안 해준다. 미국 비즈니스 리더들은 '기업이 뭘 원하고 있는지 한 대사가 꿰뚫고 있다(He gets it)'고 전했다. 원조는 이 대통령이다. 미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 6월 정상회담차 미국을 방문한 이 대통령을 만나 보고서는 'He gets it'이라고 입을 모았다. "
▼미 상공회의소 회원사들이 말하는 한국 투자의 걸림돌은.
"한국 노조는 조직률이 낮아지고 있는데도 목소리가 너무 크다. 미 CEO들은 한국에 신규 및 추가로 투자하고 싶을 때 한국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한 경험이 있는 친구 CEO한테 조언을 구한다. GM과 3M은 노조문제로 큰 비용을 치렀다. 한국 노조는 회사 담벼락에 빨간 페인트로 '회사를 쳐부수자''경영진은 나가 죽어라'는 등의 구호로 장식한다. 모두 감정적인 수사이며,진심과는 다른 표현이다. 오하이오주에 있는 미국 기업의 CEO가 그걸 봤다면 한국에서 당장 철수하라고 지시할 것이다. 한국 야당의 모 의원은 노무현 전 정부 때 장관을 지내면서 한 · 미 FTA 협상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 · 미 FTA 비준을 반대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하나. 아시아 전역에 공장을 갖고 있지만 유일하게 한국에만 공장이 없는 한 회원사는 한국적인 룰로 인한 비용이 너무 크다고 불만이다. 한국 정부의 일부 부처는 한국 기업만 충족할 수 있는 규제로 외국인 투자를 막는다. "
▼한국과 미국 기업들을 비교한다면.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치면 한국이 최고다. 도전도 좋아한다. 미국 기업들은 창의성에 더 역점을 두는 것 같다. 한국 남자들은 의무적으로 군복무를 해야 한다. 군에서는 상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잘하는 일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윗사람이 시키는 일이 잘못됐더라도 충실히 수행한다. 한국에서는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 미 기업인은 부하들의 질문에 귀를 잘 기울여 준다. 아랫사람들은 상사와 논쟁하길 좋아한다. 한국의 교육시스템도 문제다. 한국에서는 학생들이 '왜요'라고 선생님에게 질문하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예'라고 대답하길 가르친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마누라만 빼고 다 바꾸라고 얘기한 적 있지만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바라는 점은.
"미 상공회의소를 최대한 활용하면 좋겠다. LG 현대차 두산 등이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일부 기업만 상공회의소 회원이다. 모든 한국 기업들이 가입하면 좋겠다. 아시아 기업들은 워싱턴을 활용하는 방법을 잘 모를 때가 있다. 미 상공회의소는 미 최대의 로비조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워싱턴 사무소는 철수했다. 그 공백을 우리가 메워주고 싶다. "
글 · 사진/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