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중국 '핫마니' 규제따른 충격은 작을듯

최근 중국 정부가 '핫머니'(투기성 단기자금)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 사이엔 중국으로 유입됐던 핫머니가 갑자기 이탈할 경우 중국 주가가 급락하고 그동안 지적돼온 금융위기가 다시 불거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올 들어 행방이 묘연한 핫머니 성격의 투기자금이 중국으로 많이 들어갔다. 외자 통제가 비교적 잘되는 중국으로 들어간 핫머니 규모는 외환보유액 충당 내역을 보면 알 수 있다. 올해 추가적으로 쌓인 중국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1200억달러 이상이 핫머니 성격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핫머니가 많이 늘기 시작한 올 3월 이후 월별 평균유입액이 200억달러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정부가 내부적으로 설정하고 있는 위험수위(외환보유액의 10% 내외)에 조만간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핫머니 유입에 따른 자산시장의 거품 우려가 제기되자 중국 정부로서는 자국에 일방적으로 피해만 주는 핫머니를 규제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조치다.

중국으로 들어가는 핫머니 자금의 이론적 근거는 통화가치를 감안한 피셔의 '국제간 자금이동설'(m=rd-(re+e), m:중국 내 핫머니 유입액,rd:중국 금리,re:다른 나라 금리,e:위안화 환율 변동분)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중국 금리가 위안화 절상을 감안한 다른 국가의 금리보다 높을 경우 핫머니는 중국으로 유입된다.

올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최악의 상황을 지나면서 핫머니가 중국으로 들어갈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중국 경기가 가장 먼저 회복되고 있는 데다 위안화 가치와 금리 수준이 다른 국가에 비해 높게 유지되는 반면,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금리는 낮고 통화가치가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빠른 속도로 유입된 핫머니가 중국 정부의 규제로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1997년 한국 등이 경험한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진단지표를 통해 알아본다.

IMF외환위기 당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모리스 골드스타인은 한 나라의 위기 가능성을 △단기적인 채무이행능력을 보는 통화방어능력 △중장기적인 위기방어능력에 해당하는 해외 자금조달능력 △국내 저축능력(최근엔 각국의 재정건전도를 보다 중시) △자본유출 가능성을 보는 자본유입 건전도 △경제시스템에 낀 거품정도를 알 수 있는 자산인플레 정도 등 5가지 기준으로 판단한다.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조달러를 넘어 단기적인 통화방어능력은 충분하다. 비록 무역흑자는 다소 줄어들고 있지만 외국인 직접투자가 꾸준히 늘어나고,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중국의 위상이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인 위기방어능력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물론 시계열 자료를 놓고 보면 위기진단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자산인플레 면에서 일부 지역이긴 하지만 부동산 등에 거품이 끼고 있는 점은 주목된다. 또 중국 내 외국인 비중이 높아질수록 금융시스템에 대한 중국 정부의 통제력이 약화될 우려도 있다.

이런 점을 종합해보면 중국은 단기간에 핫머니 이탈에 따른 외화유동성 위기와 이에 따라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오히려 지속 가능한 증시와 경제의 성장국면이 도래되기 위해서는 거품 우려가 제기되는 현 시점에서 핫머니 규제를 통해 외국자금의 질을 건전화시키고,이 과정에서 주가가 조정을 거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부실자산에 따른 시스템 위기문제는 경제발전 단계를 외연적 전략에서 내연적 전략으로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성장통(痛)을 치유하면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