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 따라 스코어 줄이기] "버디 놓치면 파 잡으면 되고~"

실수해도 금방 잊는 게 실력
롱아이언 대신 하이브리드 사용
볼에 선 그으면 퍼트 정렬 때 도움
아시아인 최초로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챔피언이 된 양용은(37 · 테일러메이드)한테서 아마추어 골퍼들이 배울 점은 없을까? 고도의 테크닉은 차치하고라도 생각만 바꾸면 따라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단순함'은 최고의 무기양용은은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간단하고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 프로 데뷔 초기 그를 가르쳤던 임진한 프로나 일본투어에서 함께 활약한 김종덕 프로가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임 프로는 "용은이는 실수를 하면 다음에는 그 반대로 하며,상대가 누구든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한다. USPGA챔피언십에서도 그런 스타일에 타이거 우즈가 말린 듯하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예도 들었다. "용은이는 슬라이스가 나면 다음에는 곧바로 훅을 칩니다. 다른 선수 같으면 슬라이스가 나면 스윙을 바꾸거나 '왜 그러지?' 하며 고민하는데,용은이는 그 반대로 쳐버립니다. 스윙 메커니즘을 복잡하게 따지지 않고,단순하게 해법을 찾는 것이지요. " 또 동반플레이어가 우즈든,필 미켈슨이든 '너는 너고,나는 나다'는 식으로 자신만의 플레이를 하는 것도 여느 선수와 다른 점이다.

김 프로도 "용은이는 "매사에 스트레스를 안 받고 산다. 골프에서도 마찬가지다. 18홀을 돌고 나면 그날 친 샷에 대해 별로 기억을 하지 않는다. 또 '오늘 안 맞으면 다음에 맞겠지.퍼트도 그냥 툭 치면 되지…'라는 식으로 쉽게 쉽게 넘겨버린다"고 설명했다. '샷이 안되거나,실수를 했을 때 그에 연연하지 않고 다음 샷에 집중해서 만회하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은 아마추어들에게도 요구되는 자세가 아닐까.

◆유연한 손목에서 나오는 퍼트 솜씨

임 프로는 "용은이는 손목이 아주 부드럽다. 그래서 그런지 퍼트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양용은은 제주 출신답게 맞바람 속에서 낮은 궤도의 구질을 잘 치는데,그 못지않게 하이 볼도 잘 구사한다. 모두 유연한 손목 덕분."한번은 티를 1m 정도로 높게 꽂고 쳐보라고 했더니 볼을 로켓처럼 수직으로 250m를 쳐올리더라고요. 타구 거리는 50m 정도밖에 안 나갔어요. 모두 놀랐습니다. " 임 프로의 회고다. 김 프로도 양용은의 천부적인 퍼트감에 혀를 내두른다. 그는 "용은이가 우즈 등을 제치고 우승했던 2006년 HSBC챔피언스 최종라운드에서 9번홀까지 단 여덟 번 퍼트를 했는데 일본투어에서도 종종 그렇게 했다. 퍼트에 관한 한 타고난 자질이 있다"고 말했다. 양용은은 USPGA챔피언십에서도 최종일 17번홀 파퍼트를 놓친 것만 빼면 흠잡을 데 없는 퍼트 실력을 과시했다.

◆볼에 선 긋고,우드 5개 사용은 본받을 만

양용은은 볼에 일직선을 긋는다. 퍼트 정렬시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볼에 표시한 일직선을 퍼트라인과 일치되게 정렬하고 곧바로 치는 것.그러면 어드레스 후 미심쩍어할 필요 없이 자신 있게 스트로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양용은의 골프백을 보면 클럽헤드 커버가 5개나 되는 데 놀란다. 지난 3월 혼다클래식 우승 때도,이번 USPGA챔피언십에서도 그랬다. 드라이버(로프트 8.5도)와 페어웨이우드 2개(13도,18도),그리고 하이브리드클럽 2개(19도,21도)가 그것이다. 아이언은 가장 긴 것이 5번이고 3,4번은 아예 없다. 어려운 롱아이언을 빼고 치기 쉬운 하이브리드클럽을 갖고 다니는 것.그런 클럽 구성으로 메이저 챔피언이 됐으니,아마추어들도 본받을 만하다.

양용은은 또 프로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클럽에 대해 예민한 편이 아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대회에 출전할 때 번거로웠던지 똑같은 스펙의 클럽을 두 개 장만해 양국에 하나씩 놓고 사용하기도 했다. '클럽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손에 잡히는 것으로 치면 된다'는 식의 무던한 성격이 오히려 먹혀든 것인지도 모른다.

김경수/한은구 기자 ksmk@hankyung.com